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148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코스피 상승세의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고, 증권가는 이런 흐름이 하반기에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148조3천1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99조1천740억원, 기관은 35조450억원을 각각 순매수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외국인이 하루 동안 7조7천560억원을 순매도해 하루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히는 만큼, 대규모 매도는 지수에는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번 순매도의 배경으로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자산 재조정, 이른바 리밸런싱 압력을 함께 지목한다. 코스피가 상반기에만 101.14% 급등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한국 주식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졌고, 이를 다시 맞추기 위한 매도가 나왔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 수익이 나더라도 환차손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환율이 본격적으로 뛴 지난 5월 이후 2개월 동안 외국인은 92조8천900억원을 순매도했고, 이 기간 주간 거래 종가 기준 환율은 1,483.3원에서 1,549.4원으로 66.1원 올랐다.
하반기 전망도 대체로 비슷하다. 증권사들은 반도체를 비롯한 상장사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해 코스피 목표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11,000포인트로, 대신증권은 11,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그러나 주가가 더 오를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평가이익 실현 욕구와 비중 조정 필요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다시 순매수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며, 코스피 급등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작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보유액이 코스피 대비 더 빠르게 늘면서 지수 내 비중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된 만큼, 상승 탄력이 뚜렷하게 둔화하기 전까지는 보유 주식을 계속 줄이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에이디알(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이나 세계국채지수인 더블유지비아이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금 유입 통로를 넓힐 수 있는 재료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 유입 규모와 시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주식 매도 흐름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재영 케이비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남아 있는 잠재 매도 가능 물량이 지금까지의 매도 규모를 웃돌 수 있다며 외국인 증권 자금 동향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와 외국인 매도 여파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단이 1,580원까지 열려 있을 수 있지만, 4분기 이후에는 다시 1,4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국내 기업 실적 개선과 증시 상승 기대가 이어지더라도,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하반기 한국 증시의 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