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27일 엘앤에프의 테슬라 공급계약 정정 공시를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조치는 상장사가 대규모 계약 내용을 뒤늦게 크게 바꿔 알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또 그 사이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제때 전달됐는지를 살펴보는 수사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사경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엘앤에프가 제출한 공시자료와 공시 심사 관련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나 소속 임직원이 직접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고, 거래소가 보관 중인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참고인 조사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에서 공시는 기업의 핵심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정하게 알리는 제도인 만큼, 수사기관은 정정 공시 시점과 내용의 적정성을 특히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문제가 된 계약은 2023년 2월 공시된 테슬라와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이다. 당시 엘앤에프는 계약 규모를 3조8천347억원으로 알렸고, 공급 기간은 2024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2년으로 제시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주행거리 개선에 쓰이는 핵심 소재여서, 해당 계약은 당시 2차전지 업종 전반의 성장 기대를 키운 대표 수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엘앤에프는 계약 종료를 이틀 앞둔 2025년 12월 29일 장 마감 후 이 계약 금액이 973만316원으로 줄었다고 정정 공시했다. 회사는 공급 물량 변경에 따른 수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이 받아들인 충격은 컸다. 이튿날인 12월 30일 엘앤에프 주가는 9.85% 급락했다. 대형 공급계약은 상장사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보이기 때문에, 계약 이행 가능성이 언제부터 달라졌는지와 이를 어느 시점에 공개했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사경은 정정 공시 이전에 이뤄진 자사주 처분 과정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앤에프는 2025년 12월 2일 자사주 100만주를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처분해 1천281억원을 조달했다. 수사당국은 회사가 당시 이미 테슬라 공급계약을 사실상 예정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럼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사주를 매각해 손실을 피하려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업 공시의 시의성과 정확성, 그리고 중요 정보 파악 이후 자금조달이나 주식 처분이 얼마나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되는지를 가늠하는 사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