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프리카에서 추진 중인 개발협력사업(ODA)이 복합적인 현지 여건과 구조적 한계로 연이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사업 지연과 예산 초과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장을 책임지는 실무진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국무조정실을 최상위로,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무상원조는 외교부가 각각 주관하고 있으며, 분야별로 보건복지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가 사업을 나누어 맡고 있다. 이들 부처 산하의 공공기관들이 다시 민간기업, 학교,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현지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위계적인 구조는 유연한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전가의 양상을 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상원조 사업, 즉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통한 인프라 구축과 같은 프로젝트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대다수 국가에 EDCF 상주 사무소가 없는 탓에 현장 실사와 경험은 제한적인 데다, 타당성조사 보고서에 의존한 채 사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 작성과 사업 착수가 최대 수년 차이가 나다 보니, 초기 조사에서는 간과됐던 변수들이 진행 과정에서 현실로 드러나는 일도 흔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 행정기관의 계약 불이행, 과도한 세금 요구, 부정부패, 상대국 관행과의 충돌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하지만 한국 측 사업 구조는 계약서를 기준으로 책임 소재를 나누는 방식이어서 현지 분위기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실무자는 업무 과중과 심적 부담을 안고 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심지어 업무 마비 수준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외교적 영향을 우려해 사업 중단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는 실무자 한 사람의 자세와 태도가 사업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 사례에서는 앙골라 지역에서 사업 지연의 책임이 한국 측 담당자에게 쏠렸지만, 이후 출간된 현장 기록을 통해 복잡한 여건과 고된 업무 현실이 드러나며 당시 판단이 편향됐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반성이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 추궁이 앞서는 구조가 오히려 사업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한국의 ODA 사업이 성숙하고 신뢰받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일방적 관리보다, 현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경험과 판단을 존중하고, 사후적 문책보다 능동적인 해결 노력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꾸준히 쌓인다면,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장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