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희 신임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0일 공식 취임하면서, 국내 개인정보 정책의 중심축이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기술 확산으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 맞춰,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기업이 선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간의 개인정보 관리 방식이 문제 발생 이후 제재 위주로 진행돼 왔지만, 근본적 개선을 위해 예방적 조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이 데이터 처리 수준과 위험도에 비례해 인력과 자원을 먼저 투입하도록 유도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단순한 준법이 아닌 경쟁력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얼굴, 목소리, 행동 패턴 등 생체 정보를 쉽게 복제하거나 변형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송 위원장은 정보주체가 직접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도록 이른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국민 생활과 밀접한 10대 분야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공간에서 과거 기록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할 수 있는 ‘디지털에서 잊힐 권리’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해 인공지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나라를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명정보 활용 제도에 대한 규제를 손질하고, 관련 기업들을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끝으로 송 위원장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국제 규범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개인정보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한 규범을 선도적으로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위원회 직원들을 향해 “AI 시대에 걸맞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며, 조직 전체의 전환과 협력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개인정보 보호가 규제를 넘어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인식 아래 추진되는 것으로, 앞으로 정부 정책은 산업 활용과 정보주체 권리 보호 사이 균형을 꾀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