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마켓(Polymarket), 칼시(Kalshi) 등 ‘예측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의 지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겉으로 내세우는 ‘탈중앙’ 구호와 달리, 실제 운영은 플랫폼의 통제력이 강한 중앙화 구조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칼시는 스스로를 ‘금융의 민주화’를 표방하는 플랫폼으로 소개한다. 폴리마켓은 ‘탈중앙 블록체인 기술’이 중앙 권력 없이 공정한 거래와 개방적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약속하는 ‘비수탁(non-custodial)’과 ‘검열 저항성’이 현재 기술·운영 방식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는 논란이다.
대표적으로 칼시는 애초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발하지 않았고, 이후 솔라나(SOL)에서 토큰화 포지션을 확장하며 “토큰화가 ‘엔드게임’이며 비수탁·즉시 결제·크립토 네이티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프체인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주피터(Jupiter)를 활용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포지션 개설, 포지션 관리, 당첨금 청구 같은 핵심 절차가 ‘오프체인 동작’에 기대는 만큼, 엄밀한 의미의 비수탁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토큰화 자체보다도, 누가 어떤 권한으로 거래의 생애주기를 통제하느냐가 더 본질적”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예측시장이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처럼 ‘멈출 수 없는(un-stoppable)’ 서비스나 강한 검열 저항을 목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폴리마켓과 칼시는 어떤 시장을 열지에 대한 결정권을 플랫폼이 쥐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결과 확정 전’에 시장을 내리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민감한 시장 ‘아카이브’…삭제 권한은 어디까지
최근 폴리마켓은 핵폭발(핵폭발 여부)과 관련된 시장을 상장했다가 커뮤니티 반발 이후 해당 시장을 제거했다. 비판자들은 “역사적 재앙 가능성에서 플랫폼이 수익을 얻는 구조”라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과거 오거(Augur) 같은 시도와 달리 폴리마켓과 칼시는 누구나 새 시장을 만들어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 개설 권한이 ‘플랫폼 운영 주체’에 집중돼 있다. 폴리마켓은 헬프센터에서 “시장은 마켓 팀이 생성하며 이용자는 직접 시장을 만들 수 없다”고 명시하고, 다만 아이디어 제안은 권장한다고 적었다. 칼시 역시 커뮤니티 아이디어를 ‘좋아한다’고 안내한다.
반면 시장을 ‘제거’할 수 있다는 권한은 상대적으로 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마켓의 핵폭발 시장 페이지는 현재 ‘아카이브(archived)’로 표시되지만, 헬프센터에서 ‘archived’를 검색해도 별도 설명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이벤트가 아카이브되면 폴리마켓 API로 이벤트 세부 정보를 조회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토큰 ID를 통해 스마트컨트랙트를 추적하려는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디스코드에서 “포트폴리오에서 베팅이 사라졌다”, “내 돈은 어떻게 된 거냐”는 식으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운영 채널 공지를 통해 손실분 환불이 안내됐지만, 시장이 일괄적으로 정리되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남았다.
오라클·운영팀 ‘결과 확정’ 논쟁…규정과 상식의 충돌
예측시장의 핵심은 결국 ‘결과 확정(해결, resolution)’이다. 폴리마켓 이용약관은 “플랫폼에 표시된 계약의 해결에 회사가 관여하지 않으며 책임지지 않는다”고 밝힌다. 폴리마켓의 해결은 UMA 오라클을 통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UMA는 토큰 보유자들이 분쟁을 판단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원칙상 운영사의 직접 개입을 줄이는 장치로 설계됐다.
반면 칼시는 해결 요청이 접수되면 ‘마켓 팀’이 요청을 검토한다고 공개한다. 즉, 폴리마켓은 오라클·토큰 거버넌스 기반, 칼시는 운영팀 관여도가 높은 방식으로 대비된다.
다만 두 방식 모두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폴리마켓에서는 이더리움(ETH) 네임서비스(ENS) 계정 ‘BornTooLate.Eth’ 이용자가 UMA 토큰을 대량 보유하며 특정 시장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토큰 거버넌스가 곧 공정성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논점이 부각됐다. 또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7월 전(미 동부시간 기준 특정 기간) 정장을 착용했는지 여부를 두고, 비전통적 정장 스타일을 ‘정장’으로 볼지 해석이 갈리면서 결과가 ‘아니오’로 확정된 사례도 후폭풍을 낳았다. X(옛 트위터)의 ‘Polymarket Intel’ 계정이 “정장을 입은 젤렌스키”라는 취지로 영상을 올린 정황까지 거론되면서, 규정 문구와 이용자 기대 사이의 간극이 도마에 올랐다.
폴리마켓이 아예 기준 충족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철회한 사례도 있다. 이른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3월 전 DEI(다양성·형평성·포용) 계약 30억달러를 감축했는지 묻는 시장이 대표적이다. 해당 시장은 특정 사이트(doge-tracker.com)에 30억달러 이상 감축이 표시되면 조건이 충족되는 구조였지만, 플랫폼은 해당 출처의 신뢰성 문제를 이유로 시장을 없애고 손실을 환불했다. 결과적으로 “해결 기준이 충족돼도 플랫폼 판단으로 시장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억달러는 원·달러 환율(1달러=1491.10원) 기준 약 4조4733억원 규모다.
칼시에서도 해석 논쟁이 이어졌다. X 이용자 ‘0xTyrael’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맘다니(Mamdani)’라는 이름을 말했다는 취지의 시장에서, 발음이 뭉개졌다는 이유로 ‘말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왔다며 손실을 주장했다. 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아웃(out)’ 되는지에 관한 시장은, 사망으로 자리를 떠날 경우 지급이 ‘사망 직전 최종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는데도 이용자들이 “이해한 방식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문구는 있었지만 상식적 기대와 충돌했다는 의미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예측시장이 다루는 사건이 현실에서 종종 ‘해석의 영역’을 포함한다는 데 있다. 규정이 촘촘하지 않거나 출처·정의가 모호하면, 오라클이든 운영팀이든 결과 확정 과정에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규제 환경이 키운 성장
폴리마켓과 칼시는 트럼프 대통령 체제와의 연결고리도 주목받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를 고문(advisor)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주니어는 파트너로 있는 벤처캐피털 ‘1789 캐피털’을 통해 폴리마켓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트럼프 주니어가 이사로 있는 트럼프 미디어는 크립토닷컴(Crypto.com)과 협력해 예측시장 출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기조가 예측시장에 비교적 ‘우호적’으로 해석되면서, 이 같은 플랫폼들이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경제적 이익 일부가 트럼프 일가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시장과 규제 모두에서 민감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예측시장은 ‘집단지성으로 확률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시장 개설·삭제 권한, 데이터 출처, 결과 확정 방식이 신뢰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당분간은 거래량 확대보다도,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프로세스를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플랫폼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시장 해석
- 폴리마켓(Polymarket)·칼시(Kalshi) 등 예측시장이 급성장하며 ‘탈중앙·비수탁·검열저항’ 내러티브를 강조하지만, 실제 운영은 시장 개설/삭제/접근제한 등 핵심 권한이 플랫폼에 집중된 중앙화 구조에 가깝다는 비판이 확대
- 칼시는 솔라나 기반 토큰화 포지션을 내세우지만, 포지션 개설·관리·정산(청구) 과정에 오프체인 의존(예: 주피터 활용)이 커 ‘진정한 비수탁’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
- 폴리마켓은 UMA 오라클 기반 해결(resolution)을 표방하나, 토큰 거버넌스가 곧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고래 영향력 의혹), 규정 문구와 상식적 기대가 충돌할 때 분쟁이 반복되는 한계가 노출
💡 전략 포인트
- ‘토큰화 여부’보다 중요한 점검 포인트는 “누가 거래 생애주기(시장 생성→거래→종료/아카이브→정산)를 통제하는가”임: 운영팀 재량이 큰 플랫폼은 돌발 아카이브/무효화 리스크가 상존
- 시장 참여 전 체크리스트: ① 시장 생성 주체(사용자 개설 가능 여부) ② 삭제/아카이브 정책과 공지 방식 ③ 결과 확정 주체(오라클 vs 운영팀) ④ 판정 기준(정의·데이터 출처·예외 규정) ⑤ 분쟁/환불 프로세스의 투명성
- ‘해결 기준 충족에도 플랫폼이 철회’(출처 신뢰성 문제로 시장 무효화, 환불) 사례처럼, 규정이 촘촘하지 않으면 결과가 아니라 “운영 판단”이 투자 성과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포지션 규모·헤지·분산이 필요
- 트럼프 일가와의 연결 및 CFTC 규제 기조 변화는 단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나, 정치·규제 이슈가 플랫폼 신뢰/접근성(지역 제한 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책 리스크를 상수로 반영해야 함
📘 용어정리
-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미래 사건 결과에 대한 ‘확률’을 가격으로 거래하는 시장(베팅/거래 형태)
- 비수탁(Non-custodial): 플랫폼이 이용자 자산을 맡아 보관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키/자산을 통제하는 구조
- 검열 저항성(Censorship-resistance): 특정 주체가 거래/접근/정산을 임의로 차단하기 어려운 성질
- 오라클(Oracle): 블록체인이 외부 세계의 사실(데이터)을 참조해 결과를 확정하도록 돕는 시스템
- 해결/리졸루션(Resolution): 이벤트의 정답(결과)을 확정해 정산이 가능하게 만드는 절차
- 아카이브(Archived): 시장을 종료/비활성화해 접근·조회(예: API) 등을 제한하는 처리(정책/효과가 불명확하면 투명성 논란)
- 토큰 거버넌스(Token Governance): 토큰 보유자 투표/분쟁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방식(고래 집중 시 공정성 논란 가능)
💡 자주 묻는 질문 (FAQ)
Q.
Polymarket·Kalshi는 ‘탈중앙’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뭐가 중앙화되어 있나요?
핵심은 시장의 생애주기(시장 개설, 유지, 접근 제한, 삭제/아카이브, 정산) 권한이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임의로 새 시장을 만들기 어렵고, 논란이 생기면 플랫폼이 시장을 내리거나 아카이브 처리할 수 있어 ‘운영 주체의 재량’이 크게 작동합니다.
Q.
시장이 ‘아카이브(archived)’되면 내 포지션/자금은 어떻게 되나요?
아카이브는 일반적으로 시장을 비활성화해 접근이나 정보 조회(API 등)를 제한하는 처리입니다.
다만 기사 사례처럼 아카이브 정책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에서 베팅이 사라졌다” 같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운영 공지에 따라 환불/정산이 안내되지만, 참여 전 환불 조건·정산 절차·공지 채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결과 확정(Resolution)은 누가 하며, 왜 논란이 반복되나요?
Polymarket은 UMA 오라클(토큰 기반 분쟁 판단 구조)을 통해 해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Kalshi는 해결 요청을 운영팀(마켓 팀)이 검토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현실 사건은 정의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예: ‘정장’의 범위, 발음 판정, 출처 신뢰성) 규정 문구와 이용자 상식이 충돌하면서 결과에 대한 불복과 분쟁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참여자는 ‘판정 기준(정의·출처·예외)’이 얼마나 명확한지와 분쟁 시 처리 규칙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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