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 달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규제지역 아파트를 가진 채 다른 곳에 거주하는 1주택자의 대출 잔액 4조9천억원이 우선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1주택자의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3조2천억원, 건수는 8만9천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차주가 보유한 주택이 수도권에 있는 경우는 서울 3조2천억원, 인천 1조원, 경기 5조원이다. 특히 서울 25개 구 전역과 과천·용인 등 경기 12곳으로 이뤄진 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잔액은 4조9천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당국과 금융권이 이 집단에 주목하는 이유는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도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지 않는 경우, 단순한 생활상 필요보다 투자 목적일 가능성을 더 높게 보기 때문이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투기성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직장 이동이나 가족 사정처럼 실거주가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아서, 금융당국도 규제 대상을 가르는 기준을 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규제지역이라도 최근 집값이 빠르게 오른 동탄·구리·의정부 같은 지역은 추가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거론되는 규제 방식은 전세대출에 붙는 공적 보증의 문턱을 높이는 쪽이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에스지아이서울보증 등의 보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당국은 보증을 제한하거나 현재 80% 수준인 보증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이 막히면 사실상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고,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떠안아야 할 위험이 커져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이미 대출을 받은 경우라도 투기성으로 판단되면 만기 연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 예상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디에스아르 산정에 전세대출 원금 일부를 넣는 방안은 이번 규제 수단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차주가 소득으로 원금을 나눠 갚는 구조가 아니라, 계약 만기에 임대인에게서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상환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1주택자가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서 받은 전세대출은 이자 상환분만 디에스아르에 반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대출 총량을 기계적으로 줄이기보다, 공적 보증이 투기성 수요로 흘러들어가는 통로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대출이 막혀도 월세 전환이나 자기자금 투입으로 대응할 수 있어, 다주택자 규제 때처럼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될 세부 기준에 따라 부동산 시장보다 전세금융의 공급 방식과 공적 보증의 역할을 다시 조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