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보조사업 1만3천240건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부정하게 타낸 보조금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수와 제재, 미정산 자금 정리, 전산 시스템 개편까지 함께 추진해 재정 누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획예산처는 17일 임기근 차관 주재로 제6차 보조금관리위원회를 열고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대책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재정정보원과 관계부처가 함께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민간보조와 자치단체보조를 포함한 1만3천240건이 대상이다. 정부가 보조사업 전반을 이처럼 큰 규모로 직접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정책 목적에 맞춰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재정인데, 집행 과정에서 허위 서류 제출이나 목적 외 사용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점검이 끝나는 오는 10월 말 이후 부정수급심사소위원회 등의 심의·의결을 거쳐 부정수급 여부를 가리고, 환수와 제재 같은 후속 조치를 밟을 계획이다. 이미 4월 1일부터는 부정수급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보조금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는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반환해야 할 금액의 5배 이내에서 제재부가금을 매기는데, 이를 8배 이내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9월 말까지 시행령을 고쳐 신고포상금 기준도 넓힐 예정이다. 지금은 반환명령 금액의 30%만 포상 기준이지만, 앞으로는 반환금뿐 아니라 제재부가금과 가산금 등 실제로 국고에 환수된 전체 금액의 30%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신고 유인을 키워 현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는 부정수급 적발과 별도로, 사업이 끝난 뒤 오랫동안 정산되지 않았거나 거둬들이지 못한 보조금도 함께 정리하고 있다. 올해 정리 대상은 2조7천억원 규모, 12만6천개 사업에 이른다. 5월까지 집계된 정리 실적은 8천270억원으로 전체의 30.9%다. 이 가운데 5천205억원은 2월부터 5월 사이 실제로 국고에 현금으로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걷힌 2천5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정부는 이 금액이 당초 예산에 반영된 세외수입 외에 추가로 확보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와 세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집행된 보조금 가운데 회수 가능한 자금을 신속히 정리하는 일은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관리체계의 디지털 전환도 병행된다. 기획예산처는 도입 9년이 지난 국고보조금 관리 시스템 e나라도움의 개편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노후화된 시스템을 손보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데이터 기반 행정 환경 변화에 맞춰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9월 말까지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한 뒤, 2030년 개통을 목표로 내년 예산 확보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기근 차관은 부정수급이 국가 정책의 효과를 훼손하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하면서, 현장점검과 제도 개선, 차세대 e나라도움 구축을 연계해 적발부터 환수,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촘촘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보조금 집행 전반의 감시 수위를 높이고,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과 환수 강도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