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팔거나 해지하지 않고 확정기여형에서 개인형퇴직연금으로 옮기는 길이 열린다. 같은 제도 안에서만 가능했던 실물이전 범위가 제도 간 이전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예탁결제원, 업권별 협회, 한국증권금융, 주요 퇴직연금사업자와 ‘퇴직연금 실물이전 개선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고 제도 간 실물이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실물이전은 가입자가 계좌 안에서 운용하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 계좌로 옮기는 서비스다. 지금은 확정급여형은 확정급여형끼리, 확정기여형은 확정기여형끼리, 개인형퇴직연금은 개인형퇴직연금끼리 같은 제도 안에서만 이전할 수 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확정기여형, 확정급여형, 개인형퇴직연금 사이의 이전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 태스크포스는 다른 제도 간에도 실물이전이 가능하도록 전산을 개발하기로 했다. 확정기여형에서 다른 사업자의 개인형퇴직연금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표 사례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퇴직급여 수준을 정하고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납입한 부담금을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고, 개인형퇴직연금은 퇴직급여나 추가 납입금을 개인 계좌에서 운용하는 제도다.
환매중단펀드를 이전 가능 상품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환매중단펀드를 보유한 계좌의 이전이 제한돼 일부 상품 때문에 계좌 전체 이동이 막힐 수 있다.
절차도 손본다. 당국과 업권은 녹취 외에 안전한 비대면 의사 확인 방식을 마련하고, 실물이전 신청이 취소되거나 거절될 때 가입자에게 사유를 자세히 안내하는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의사 확인 녹취 의무로 이전 절차가 늦어지거나, 취소·거절 사유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물이전 대상과 절차를 함께 고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2024년 10월 서비스 개시 이후 2026년 6월 말까지 누적 이전 금액 15조9천억원, 이전 건수 25만여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261억원, 409건이다.
권역별로는 은행에서 증권으로 이동한 금액이 5조2천억원으로 33%를 차지했다. 은행 내 이동은 4조5천억원으로 28%였다.
제도별 이전 금액은 개인형퇴직연금 6조8천억원, 확정기여형 4조8천억원, 확정급여형 4조3천억원 순이었다. 제도별로는 확정급여형은 증권사에서 은행과 보험사로,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은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앞서 본지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2026년 2분기 553조9천억원으로 늘었다고 전한 바 있다.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 확대는 상품 선택, 이전 편의, 사업자 간 경쟁을 함께 키우는 요인이다. 가입자가 운용 성과와 수수료, 상품 라인업을 비교해 사업자를 바꾸는 수요도 커질 수 있다.
당국과 업권은 9월까지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10월부터 전산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년까지 태스크포스를 완료해 더 많은 가입자가 편리하게 실물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고 노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