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곳을 2027년 10월 1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흩어진 발전 투자와 운영 체계를 묶어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열고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을 한전 100% 자회사인 ‘한국발전’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과 약 1년간의 통합 준비를 거쳐 2027년 9월 법인 설립등기와 임원 선임을 마치고 같은 해 10월 1일 공식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통합 법인은 현재 발전 5사가 보유한 약 53기가와트(GW) 규모 발전 설비를 한 회사 안에 두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전문가, 노동조합, 발전 5사 의견을 수렴한 결과 에너지 전환 실행력과 경영 효율을 고려할 때 1개사 통합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조직은 재생에너지본부, 정의로운전환본부, 안전기술본부, 기획관리본부 등 4개 본부 체계로 짜인다. 기존 5개 회사의 사장 5명, 감사 5명, 상임이사 10명 체계는 사장 1명, 감사 1명, 상임이사 4명 체계로 줄어든다. 본사 인력은 약 2400명에서 1800명 수준으로 조정하고 나머지 600명은 3∼4개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배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력 수요 확대는 이번 재편의 주요 배경이다. 동아일보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계획 소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2040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가 1억5840만∼1억6500만 킬로와트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반영된 수치로, 반도체 부문은 전력 수요 증가분 가운데 2060만 킬로와트, 데이터센터는 790만 킬로와트를 차지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기업 통폐합을 넘어 AI 인프라 비용 문제와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 경쟁의 기준이 전력 확보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더 많은 칩을 확보하는 것만큼 전력망과 발전 설비, 부지와 인허가를 얼마나 빨리 맞추느냐가 인프라 경쟁의 조건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 안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한국발전 설립 근거, 발전사업 인허가 의제, 기존 회사의 권리와 의무 및 고용계약 승계, 합병 절차 간소화, 조세 부담 완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기업결합 심사 면제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고용과 지역 배치는 남은 쟁점이다. 통합 본사의 소재지는 이번 방안에서 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전력공기업 위치, 정의로운 전환 영향, 정주·근무 여건,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종합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발전 5사의 기존 본사는 진주, 보령, 태안, 부산, 울산에 흩어져 있다.
이번 개편은 에너지와 인프라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부다. 정부는 석유·가스, 항만 분야 공기업도 정비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국발전 출범은 특별법 제정과 통합준비위원회 운영, 법인 설립 절차를 거쳐 2027년 10월 1일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