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불거진 KT 소액결제 사기 사건의 피의자 검거 당일, 사건의 핵심 단서인 불법 초소형 기지국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비는 사이버 범죄에 사용된 핵심 수단으로,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필수적인 증거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에서 사용된 주요 장비는 기지국 역할을 하는 펨토셀, 프로그램을 운영한 노트북, 범행 지시를 주고받는 데 쓰인 대포폰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펨토셀 실물은 경찰이 피의자 체포 직후 확보했지만, 나머지 장비는 범행 직후 밀반출돼 이미 중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조사됐다. 펨토셀은 라면 상자 크기의 두 개 박스에 나눠 담긴 채 운반되고 있었고, 총 27개의 네트워크 장비 부품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을 주도한 중국 국적의 A씨는 지난 9일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시 입국했다. 그는 자신이 수사 대상으로 특정된 사실조차 몰랐고, 이로 인해 경찰은 입국장 현장에서 A씨를 곧바로 체포할 수 있었다. 이어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서 3시간 만에 펨토셀을 포함한 핵심 장비 확보에 성공했다. 해당 장비는 적발 당시 배를 통해 중국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펨토셀을 해체하고 분석하기 위해 검증 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과 함께 장비의 구동 방식과 기능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펨토셀은 전파를 송출해 자신만의 작은 통신망을 형성할 수 있는 장비로, 통신사 망을 우회하거나 위장해 개인정보 탈취 및 부정결제를 유도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경찰은 범행 장비를 중국으로 전달한 이른바 ‘보따리상’들에 대해서는 단순 운반을 대가로 한 심부름으로 범죄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펨토셀이 예정대로 외국으로 반출됐다면 사건의 실체 규명은 훨씬 어려워졌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 시점을 조율한 엠바고 조치가 결과적으로 수사 성과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통신망을 악용한 신종 사이버 범죄의 형태로, 보안 취약점을 노린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보여주며 관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은 펨토셀을 정밀 분석해 실제 사용 방식과 피해 규모, 조직적 개입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향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신 인프라에 대한 보안 관리와 사법당국의 국제 공조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