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할부차나 리스차를 담보로 잡고 각종 명목의 비용을 덧붙여 사실상 초고금리 이자를 뜯어내는 신종 불법사금융이 늘어나자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겉으로는 차량 담보 대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훨씬 넘는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이 25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같은 유형의 피해 신고는 모두 12건 접수됐다. 대출 규모는 250만원에서 3천만원까지였고, 선공제 방식이나 주차비·출장비·수수료 같은 부대비용까지 이자로 계산하면 최고 연 229%에 이른 사례도 있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명, 20대·40대·50대가 각각 1명이었다. 거주지는 수도권이 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개인들이 비교적 접근이 쉬운 차량을 매개로 불법 대출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수법이 단순히 비싼 이자를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사금융업자들은 주차비나 관리비를 따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금리를 낮춰 보이게 하면서 실제 부담은 키웠다. 일부는 담보로 넘겨받은 차량을 임의로 운행한 뒤 과태료나 통행료를 차주에게 물리기도 했다. 추심 과정에서는 할부금융회사나 리스회사에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고 압박하며,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채무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상환을 재촉하는 전형적인 불법 추심 수법이 차량 금융과 결합한 셈이다.
금감원은 할부차나 리스차를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할부 차량은 차를 산 사람 명의로 등록돼 있더라도 보통 할부금융회사가 저당권을 설정해 두는데, 이 회사 동의 없이 차량을 넘기면 저당 목적물을 숨긴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리스 차량은 더 분명하다. 소유권이 애초에 리스회사에 있어 이용자가 담보로 제공할 권한이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불법 대출업자뿐 아니라 차량을 넘긴 채무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등록 대부업자라고 해도 연 20%를 넘는 이자를 받으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차량 담보 대출 같은 변종 사금융을 제안받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곧바로 금감원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 시스템을 통해 상담과 구제를 신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부담이 길어질수록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차주가 이런 수법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어, 당국의 단속과 함께 소비자들의 경계도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