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자 대구·경북 지역 은행 영업점이 어르신과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도심 무더위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영남권에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밤에도 28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냉방이 가능한 실내 공간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무실, 학교, 도서관 등 머물 곳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낮 시간에 외부 활동 중인 고령층은 마땅한 피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영업점은 접근성이 좋고 냉방이 잘돼 있으며, 누구나 비교적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형 폭염 대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iM뱅크 본점 영업점에서도 은행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쉬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이어졌다. 점심 약속 전까지 머무른 한 60대 시민은 볼일을 마친 뒤에도 실내가 시원하고 앉을 자리가 많아 그대로 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시민은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집에서 계속 에어컨을 켜기 어렵다며, 외출 삼아 은행을 찾았다고 했다. 병원과 장보기를 마친 뒤 더위를 못 이겨 잠시 들어왔다는 시민도 있었다. 영업점 인근에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있는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기다리며 쉬는 이용객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런 수요에 맞춰 영업점을 여름철 공공 쉼터처럼 개방하고 있다. iM뱅크는 이달부터 9월 말까지 전국 지점을 무더위 쉼터로 무료 개방하고 있으며, 대구에서는 출장소와 피비센터를 제외한 65개 점포가 운영 대상이다. 이 은행은 2013년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뒤 매년 여름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쉼터를 운영해 왔다. 은행 업무와 관계없이 가까운 지점을 찾아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다른 금융기관도 비슷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대구에서는 농협은행 영업점 40곳과 지역농협 113개 지점이, 경북에서는 농협은행 74곳과 지역농협 148곳이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이다. 일부 지역농협은 방문객이 좀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커피나 차 같은 다과를 준비해 두기도 한다. 은행 영업점이 단순한 금융 서비스 공간을 넘어 지역 생활 인프라의 한 축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폭염의 장기화와 전기요금 부담, 고령층 돌봄 수요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기관의 협력 형태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