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이 자사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2025 행사에서 그는 이러한 수출 통제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하며, 중국 내 경쟁 심화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황 CEO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 기업의 자립 의지를 자극했고,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기반으로 자국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AI 연구자들은 스스로 칩을 만들 길을 찾고 있고, 두 번째로 좋은 기술이라도 그들의 손에 있다면 곧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미 중국 시장 내 AI 반도체 경쟁이 극심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수출을 제한해왔으며, 2025년 1월에는 이른바 'AI 확산에 관한 잠정 최종 규정'을 도입하며 간접 수출까지 차단에 나섰다. 해당 정책은 세계 각국 기업들이 고성능 GPU를 수입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요구했고, 이는 최대 32만 개의 고급 GPU에 해당하는 성능 기준을 적용했다.
황 CEO는 이와 같은 접근이 오히려 미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기술의 우위를 지키려면 확산을 가속화해야지,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이러한 AI 칩 수출 규제를 철회했으며, 이는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통제를 되돌린 조치다. 다만 수출 규제가 완화되기 전인 몇 주 전,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H20 GPU 역시 중국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H20은 수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기존 H100 칩의 성능을 낮춘 모델이다. 황 CEO는 "칩 성능을 이미 너무 많이 낮췄기 때문에 H20 이후는 더는 후속 제품을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엔비디아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4년 전 95%에서 현재 50%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절반은 모두 중국 토종 기술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수출 금지로 인해 엔비디아는 H20 관련 재고에 대해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고 밝혔으며, 올해 1분기에는 총 180억 달러(약 25조 9,200억 원) 규모의 H20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고객은 2025년 1월 26일 마감된 회계연도 기준으로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13%인 170억 달러(약 24조 4,800억 원)를 차지했다.
이번 젠슨 황의 발언은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전략 산업 주도권을 놓고 국가 간 첨예하게 맞서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 반도체는 이제 거대한 지정학적 무대 위에서 기회와 규제의 양날을 지닌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