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와의 협업 발표가 무명의 반도체 주식 나비타스 세미컨덕터(NVTS)를 월가의 스포트라이트로 끌어올렸다. 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전력 아키텍처를 공개하면서 협력 파트너로 나비타스를 언급하자, 하루 만에 이 회사의 주가는 130% 이상 급등하며 4.40달러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나비타스는 ‘순수 전력 반도체 기업’을 자처하며 고효율, 확장 가능한 전력 공급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8,33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록했지만, 약 8,460만 달러(약 1,220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다. 2021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상장한 나비타스는 상장 당시 13달러였던 주가가 이후 급락해, 최근까지 2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돼 왔다.
이번 급등은 최근 AI 생태계 내 파트너십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나비타스 외에도 인피니언(IFNNY), 텍사스인스트루먼츠(TXN), 이튼(ETN), 버티브(VRT)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비타스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이 주목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시장에 깜짝 주목받는 소형 기술주를 등장시킨 바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로봇 자동화 기업인 서브 로보틱스(SERV)에 대한 10% 지분 투자가 공개되자, 해당 주가는 하루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초에도 중국 자율주행업체 위라이드(WRD)에 대한 투자 소식이 나가자 관련 주가가 급등한 전례가 있다.
엔비디아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나비타스는 이번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의 새로운 800볼트 고전압 직류(HVDC) 아키텍처 기반 전력 설계에 참여할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 및 차세대 AI팩토리의 전력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이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AI 전략에서도 핵심 축으로 분류된다.
비록 나비타스가 아직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AI 붐과 엔비디아의 지원이라는 호재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게 만들고 있다.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기술주가 대기업의 전략적 협업 하나로 시장의 중심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AI 테마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