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금은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로, 이미 책정된 기존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에 더해지는 추가 자금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고,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뉴욕주 말타에 본사를 둔 파운드리 업체로, 고객사로부터 설계 데이터를 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방식의 사업 모델을 운영 중이다. 대만 TSMC와 달리 최첨단 공정보다는 비용 효율성이 높은 레거시 공정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동차, 방산, 통신 등 특정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주로 뉴욕과 버몬트에 위치한 생산 시설의 확장과 기술 업그레이드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버몬트 시설에서는 실리콘 대체 소재인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기반 칩 생산이 강화된다. GaN은 실리콘보다 2배 이상 넓은 밴드갭을 보유해 고전압을 견디는 능력이 탁월하며, 서버 전원 공급 장치나 전기차 충전기 등 고효율 전력 관리가 필요한 부품에 적합하다. 또한 높은 스위칭 속도를 갖춰 발열이 적고 에너지 효율성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글로벌파운드리는 패키징 기술과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광통신에 필수적인 레이저 발광 소자 등을 집적한 반도체로, 고속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데이터센터나 양자컴퓨팅 등 신흥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해당 기술의 양산을 위해 글로벌파운드리는 이미 뉴욕 캠퍼스 내에 새로운 패키징 허브를 출범시켰고, 여기에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팹(fab)도 건축 중이다.
이번 투자에는 15억 달러(약 2조 1,5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CHIPS법 보조금도 포함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작년 이 지원금을 확보한 뒤부터 본격적인 투자 확대 방안을 준비해왔으며, 이번 발표는 그 연장선에 있다. 퀄컴(QCOM) 최고경영자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은 “글로벌파운드리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평가하며, 미국 내 칩 생산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화웨이 등 기술적 안보 위험에 맞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내재화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의 투자 확대는 지정학적 균형 속에서 미국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주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