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WOLF)가 재무 부담을 더는 과정에서 결국 파산 보호 절차를 밟았다. 울프스피드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파산법 제11장(챕터11)에 따라 법원에 회생 보호 신청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핵심 채권자들과 체결한 부채 조정 협약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전체 부채의 약 70%를 감축하는 한편 연간 현금 이자 지급액도 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산상으로는 약 46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하는 셈이다.
울프스피드 최고경영자 로버트 퓨어레는 성명을 통해 “재무 구조의 안정을 찾아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번 재무 구조 개선은 단기간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 측은 오는 3분기 말까지 파산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프스피드는 전력 및 고주파 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칩 제조업체로,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간 급속히 악화된 재무 상황과 정부 지원금 수령 불확실성에 직면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올해 초에는 톰 워너 당시 이사회 의장이 ‘CHIPS 및 과학법’에 따라 기대했던 약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10억 달러 상당의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 직후인 지난달에도 회사가 파산 신청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울프스피드의 주가는 장중 70% 급락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울프스피드의 주가는 연초 이후 90% 넘게 하락해, 최근에는 주당 0.62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번 파산 보호 신청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높은 투자금 요구와 동시에 정부 보조금의 불확실성이 가져온 대표 사례로 분석된다. 특히 CHIPS법 하에서 기대된 보조금이 실제 지급 여부에 따라 기업 회생 여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은 산업 전반에 경고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울프스피드는 이번 부채 구조조정을 계기로 구조적 회복과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지만, 해당 기업이 과연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