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레인포레스트(Rainforest)가 최근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서 2,900만 달러(약 417억 원)를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결제 서비스를 다른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내장형으로 공급하는 '임베디드 파이낸스'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 중이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략으로 스트라이프(Stripe)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즈 B 투자는 매트릭스 파트너스(Matrix Partners)와 인피니티 벤처스(Infinity Ventures)가 공동 주도했으며, 액셀(Accel)과 테크 스퀘어 벤처스(Tech Square Ventures)도 참여했다. 이들은 앞선 라운드에서도 레인포레스트에 베팅했던 기존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가 단순 지원을 넘어 신뢰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올해 6월 시리즈 A에서 2,000만 달러를 받은 데 이어 누적 투자금은 총 5,750만 달러(약 827억 원)에 달한다.
조슈아 실버(Joshua Silver) CEO는 레인포레스트가 수직 산업용 SaaS 플랫폼을 위해 ‘처음부터 설계된’ 서비스라면서 스트라이프나 아디옌(Adyen) 같은 경쟁사들이 기존 결제 인프라를 후속적으로 플랫폼에 맞췄다는 점과 대조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플랫폼 고객의 결제 수익화에 필요한 기능에만 집중해 구조적으로 다른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성장세도 눈에 띈다. 레인포레스트는 시리즈 A 이후 연간 반복 매출(ARR)을 10배 가까이 끌어올렸고, 수억 달러 규모의 약정 거래량에서 수십억 달러의 실거래량을 직접 처리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매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매트릭스 파트너스의 매트 브라운 파트너는 “AI 열풍 속에서 조용히 등장한 세대별 핀테크 최고 기업의 시작을 보고 있다”며 레인포레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소규모 팀으로 수십억 달러의 플랫폼을 파트너로 확보했다는 점이 이 회사의 차별성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현재 레인포레스트의 고객사 수는 약 100곳이며, 이들의 플랫폼에는 수천 개의 가맹점이 연결돼 있다. 헬스케어, 비영리조직, 홈서비스 관련 기업뿐 아니라 교육, 지방정부, 전문 서비스 업체 등을 중심으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힌트 헬스(Hint Health), 킵(Keap), 페이그라운드(PayGround), 로드싱크(RoadSync) 등이 주요 고객이다.
레인포레스트는 AI 기술도 활용 중이지만, 일반적인 업무 자동화보다 보안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사기 감지 기능은 산업 특화 리스크 모델과 결합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 룰 기반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버는 “AI의 발전은 사기 수법도 진화시키고 있다”며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익 모델 또한 독특하다. 레인포레스트는 기존 핀테크가 부과하던 월 구독료나 설정 비용 등을 받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실제 사용량 기반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거래 중 일정 비율의 소액 마진을 회수하는 구조로, 가격 투명성과 플랫폼 성장을 모두 꾀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번 투자 이후 회사는 캐나다 시장 진출과 함께 인력 확대, 제품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모바일폰 자체를 결제 단말기로 활용하는 '탭 투 폰' 기능, 다양한 대체 결제 수단, 핀테크 오케스트레이션 기능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피니티 벤처스의 제레미 존커 파트너는 “수직 SaaS 업체들이 겪는 최대 난관 중 하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결제 트래픽을 새로운 공급자로 이전하는 일”이라며 “레인포레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수요 전환을 성사시키며 고객 신뢰를 입증했다”고 평했다.
성공적인 피벗 경험을 가진 창업자도 투자자들의 신뢰 요인이다. CEO 조슈아 실버는 이전에 헬스케어 SaaS 회사인 페이션트코(Patientco)를 창업했으며, 해당 기업은 2024년 웨이스타(Waystar)에 인수됐다. 그는 이후 50개 이상의 SaaS 업체와의 컨설팅을 통해 ‘기존 임베디드 결제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확인하며 레인포레스트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직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과 확장 전략, 유연한 수익 구조, 그리고 창업자의 검증된 실행력까지 겸비한 레인포레스트는 스트라이프와 아디옌이 주도해온 글로벌 결제 시장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