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고려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기존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 만들어낸 고체 형태의 첨가제를 활용해, 전지 수명이 기존보다 3배 이상 연장되는 동시에 에너지 변환 효율도 크게 향상됐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양창덕·신승재 교수팀과 고려대 민한울 교수팀이 함께 수행했다. 이들은 특수 액체 첨가제인 tBP(테르트부틸피리딘)를 대체할 수 있는 고체 첨가제 ‘4CP’를 개발했고, 이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적용했다. 그 결과, 해당 전지는 26.2%의 광전변환 효율(공인 수치는 25.8%)을 기록했으며, 초기 효율의 80%를 3,000시간 이상 유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에 사용돼 온 tBP는 리튬 이온을 전지 전체에 고르게 분산시켜 전환 효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휘발성이 높은 액체 성분이기 때문에 고온 환경에서는 쉽게 날아가고, 그 과정에서 태양전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나 불순물을 남겨 수명을 단축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에 취약하다는 점은 산업화에 큰 걸림돌이었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4CP는 고체 형태로 휘발성이 없기 때문에 열에 의한 성능 저하 염려가 훨씬 적다. 더불어 재료 간 경계를 균일하게 조성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음으로써 전력 손실을 줄이고, 전하 이동을 원활히 해 결과적으로 변환 효율 또한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상용화 가능성 면에서도 큰 진전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별도의 공정을 추가하거나 생산 비용을 올리지 않고도 단순히 첨가제만 바꾸는 것으로 수명 연장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 9월 10일자에 게재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차세대 에너지 전환 기술 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에너지 확보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고효율·장수명 태양전지는 태양광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