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인 H-1B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업계가 큰 인재 확보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인력 경쟁에서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19일, 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H-1B 비자 수수료를 현재 1,000달러 수준에서 10만 달러로 100배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실리콘밸리 기술 분야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결정으로 평가되며, 특히 초기 단계 기업에게는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기술 스타트업들의 경우 인재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자금 조달 여건이 제한된 만큼 추가적인 고용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델브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결정이 채용 전략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대기업처럼 여유롭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밝혔다.
또한, 외국 인력 채용에 의존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이번 방침이 채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팔로알토에서 이민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알마의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나 메타 같은 대형 기업과의 인력 경쟁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만 달러 수수료가 고정된다면 자사에서는 아예 H-1B 인력을 신규 채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비자의 가치를 높이고, 더욱 중요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에 집중되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오히려 더욱 우수한 외국 인재를 독점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치열한 우위를 놓고 경쟁 중이며, 인재 확보는 그 핵심 요소다. 벤처투자사 레드 글래스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내 스타트업들이 이번 조치로 인해 인재 유입 통로를 잃고, 자체 국가 경쟁력 또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술 산업의 구조적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글로벌 인재 유치에서 미국이 스스로 불리한 선택을 한 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