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부문의 호조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탈출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테슬라와의 인공지능 칩 협력이 기존 생산을 넘어 차세대 제품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시점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실적 발표회에서 자사 인공지능 칩 ‘AI4’의 업그레이드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양산 시점을 2027년 중반쯤으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가 해당 칩의 설계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양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테슬라가 AI4 개선형 제품의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사실상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이 제품은 2023년 양산된 AI4보다 용량과 연산 성능을 높인 모델로, ‘AI4+’ 또는 ‘AI4.1’로 불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사 협력은 이미 차세대 칩으로 넓어져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AI5’와 ‘AI6’ 생산에도 참여하기로 한 상태이며, 특히 지난해 7월 공식화된 AI6 수주는 약 23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으로 최대급 계약에 해당한다. 현재 기존 AI4는 경기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고, 이번 업그레이드 제품도 평택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AI5와 AI6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AI5는 대만 TSMC와 물량을 나눠 맡고, AI6는 삼성전자가 전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칩은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인공지능 반도체로, 차량의 완전자율주행 기능 구현에 쓰인다.
삼성 파운드리가 잇따라 테슬라 물량을 확보한 배경으로는 기존 AI4 생산 과정에서 쌓은 신뢰와 함께 미세공정의 수율과 성능이 점차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점이 꼽힌다. 수율은 웨이퍼에 새긴 반도체 가운데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으면 공장을 돌려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도 최근 엑스 계정에서 AI5의 테이프 아웃 소식을 알리며 삼성전자와 TSMC에 감사를 표했다. 테이프 아웃은 반도체 설계를 마치고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첫 단계다. 이에 맞춰 테일러 공장도 지난 24일 장비 반입식을 진행했고, 이르면 올해 말 초기 가동에 들어간 뒤 내년부터 테슬라 관련 물량을 본격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시간차다. 이달 초 공개된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7조2천억원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 가운데 약 95%인 54조원가량이 메모리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은 1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비메모리 부문의 연간 적자가 올해 3조∼4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테슬라 효과는 계약 체결 자체보다 실제 출하와 매출 인식이 시작되는 시점에 더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실적 개선의 분수령을 테일러 공장 가동과 고객사 물량 출하가 맞물리는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1분기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는 테일러 공장의 구체적인 가동 시점과 고객사 협력 현황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삼성 파운드리가 단순한 적자 축소를 넘어, 대형 고객사를 발판으로 첨단 공정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