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가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신용평가사들이 내린 비교적 높은 등급이 회사의 현재 현금흐름과 비교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18일 현지시간 스페이스엑스 회사채에 Baa1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투자등급 10단계 가운데 8번째로, 투기등급 바로 위권보다 두 단계 높은 수준이다. 에스앤피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BBB를, 피치는 무디스와 같은 BBB+를 매겼다. 등급만 놓고 보면 스타벅스나 로우스 같은 안정적 소비재 기업과 비슷한 평가를 받은 셈이고, 테슬라의 Baa3보다도 두 단계 높다. 문제는 스페이스엑스가 전통적인 상장 대기업처럼 충분히 검증된 재무 이력을 갖춘 회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논란의 핵심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현재 재무 여건 사이의 간극이다. 무디스가 약 10년 전 엔비디아에 처음 Baa1을 줬을 때 엔비디아는 상장 후 16년이 지난 상태였고,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과 투자 지출을 뺀 뒤 실제로 남는 현금)도 10억달러를 넘겼다. 반면 스페이스엑스는 공개된 재무자료가 제한적이고,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잉여현금흐름 적자 상태로 보고 있다. 에스앤피는 스페이스엑스가 2030년까지 현금흐름 적자를 이어가고 차입금은 2028년 1천320억달러, 우리 돈 약 202조8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순부채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차입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투자 수요가 붙는 이유는 스페이스엑스가 가진 사업 독점력에 가깝다. 무디스는 스페이스엑스가 2023년 이후 전 세계 궤도 발사 질량의 80% 이상을 실어 나른 최대 발사체 사업자이고, 스타링크를 통해 세계 최대 저궤도 위성망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봤다. 스타링크 가입자는 지난 4일 기준 1천200만명이다. 우주 발사와 위성 통신을 함께 쥔 구조는 다른 기업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신망과 우주 기반 데이터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시장이 스페이스엑스를 단순한 로켓 회사가 아니라 차세대 통신·인공지능 기반 시설 기업으로 보기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이르면 23일 발행될 첫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의 자금 용도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1차 목적은 지난 3월 엑스와 xAI의 부채 차환을 위해 조달했던 브릿지론(만기가 짧은 임시 차입금) 상환이고, 남는 자금은 재사용 로켓과 스타링크 위성망, 인공지능, 우주 데이터센터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확장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30~135bp, 즉 1.30~1.3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도 장기 성장 이야기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일부 운용사들은 스타링크라는 이미 수익화된 사업 위에 xAI 같은 현금 소모형 사업이 얹히는 구조라고 평가하며, 청사진이 크다는 점과 실제 수익 실현 속도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스페이스엑스 채권은 현재의 재무 안정성보다 미래 산업 지배력을 더 크게 반영한 상품에 가깝다. 머스크가 제시한 사업 확장 목표가 실제 매출과 현금창출로 연결되면 신용등급이 더 오를 여지도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차입 확대가 예상보다 오래 부담으로 남으면 후한 평가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우주·인공지능·통신이 결합된 신산업 기업을 채권시장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