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난과 부품값 급등의 여파로 맥과 아이패드 제품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고, 차세대 맥용 칩 출시 전략도 다시 짰다.
25일 현지시간 애플 온라인 매장에 공개된 가격을 보면 맥북과 아이패드 전반에 걸쳐 인상폭이 반영됐다. 맥북은 제품별로 100달러에서 300달러, 아이패드는 100달러에서 200달러 올랐다. 맥북 프로는 1천999달러로 300달러 인상됐고, 맥북 에어는 1천299달러로 200달러 비싸졌다. 맥 스튜디오는 1천999달러에서 2천499달러로 뛰었다. 연초 인공지능 도구 활용 기기로 주목받았던 맥미니도 가격이 올랐다. 애플은 기존 599달러였던 256기가바이트 모델을 지난달 초 단종했다가 이날 799달러에 다시 내놨고, 512기가바이트 모델은 999달러로 조정했다. 한국 판매가격도 256기가바이트 기준 연초 89만원에서 134만9천원으로 약 46만원 상승했다.
아이패드 제품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급형 아이패드는 100달러, 아이패드 에어는 150달러, 아이패드 프로는 200달러 올랐다. 홈팟 스피커와 비전 프로 역시 가격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팟은 이번에는 가격을 유지했다. 애플은 인상 배경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 폭증을 들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거세지면서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같은 핵심 부품이 빠르게 부족해졌고, 그 부담이 소비자용 전자기기 가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 부담으로 이를 흡수해왔지만 이제는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도 이미 이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을 두고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하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9월 1일 최고경영자에 취임하는 존 터너스는 이러한 메모리 위기 속에서 공급과 가격, 제품 전략을 동시에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인공지능 확산이 정보기술 하드웨어 시장의 비용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치의 더 큰 배경으로 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맥용 반도체 로드맵도 전면 수정했다. 애플은 그동안 M1부터 M5까지 각 세대마다 기본형과 프로, 맥스를 함께 내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M6에서 기본형만 출시하고 고성능 모델은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2027년에 인공지능 처리 성능을 강화한 M7 프로와 M7 맥스를 곧바로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즉 기기 안에서 직접 인공지능 연산을 수행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간 단계 칩 개발을 생략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개발 자원을 차세대 고성능 칩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기본형 M6의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200기가바이트로 M5의 153기가바이트보다 약 30% 향상되고, 그래픽처리장치 코어도 최대 12개로 늘어난다. M7 기본형은 초당 240기가바이트 대역폭을 지원하며, M7 프로와 맥스는 2027년 말, M7 울트라는 2028년 출시될 예정이다.
시장은 이번 발표를 부담 요인으로 받아들였다. 애플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1% 내린 275.15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4월 4일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가 제품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칩 출시 일정 조정은 애플이 공급난을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다른 정보기술 기업들의 제품 가격과 반도체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주면서,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 전반의 비용과 출시 방식까지 바꾸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