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키오시아(Kioxia)와 낸드 플래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증설로 기업용 저장장치 수요가 커지면서 메모리 업계의 경쟁 축이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낸드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곽노정(Kwak Noh-jung) SK하이닉스 CEO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신규 공장 기공식 뒤 기자들에게 키오시아 지분에 대해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 공급업체를 위해 낸드 플래시 시장을 어떻게 공동 개발할 수 있을지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법률 보도는 전했다.
발언이 나온 장소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40억 달러(약 5조54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HBM 후공정·연구개발 시설 공사에 들어갔다. 회사의 AI 메모리 전략이 HBM 생산망 확충에 그치지 않고 저장용 낸드 협력 논의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키오시아도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에 새 생산동 Fab3를 짓기 위한 부지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키오시아는 Fab3가 3차원 플래시 메모리 생산능력을 넓히기 위한 시설이며 2029 회계연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 건설 일정과 장비 투자 계획은 시장 동향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 투자 계획도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키오시아와 샌디스크(SanDisk·$SNDK)는 별도 발표에서 2032년까지 일본에 310억 달러(약 42조935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 투자가 요카이치 공장과 기타카미 공장 인프라, 관련 기술에 쓰이며 AI와 데이터 중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낸드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키오시아와 샌디스크의 협력 관계는 25년 넘게 이어져 왔다. 두 회사는 낸드 플래시 웨이퍼 개발과 제조를 함께 해왔고, 올해 1월에는 요카이치 공장 합작 틀을 2034년 12월까지 연장했다.
따라서 SK하이닉스와 키오시아의 협력 논의는 기존 샌디스크 축을 대체한다기보다 낸드 공급망 안에서 협력 선택지가 추가되는 사안으로 해석된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용 메모리로,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기업용 SSD에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낸드 상위 5개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3.7% 늘어 389억 달러(약 53조8765억원)를 넘었다. 같은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31.6%, SK하이닉스 그룹은 17.6%, 키오시아는 13.9%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는 AI 서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업용 SSD 수요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 부족에 따른 QLC 기업용 SSD 전환이 맞물린 결과로 제시됐다. QLC는 셀 하나에 4비트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방식으로, 저장 밀도를 높이는 대신 성능과 내구성 설계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낸드 제품군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321단 제품이 전체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M17 낸드 생산기지와 신규 패키징 설비 투자는 수요와 투자 효율을 보며 단계적으로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조상 낸드 업계는 가격, 가동률, 미세공정 전환 속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 AI 서버 수요가 빠르게 늘어도 실제 투자는 장비 도입, 정부 지원, 고객사 주문 전망을 함께 봐야 하는 구조다.
이번 사안을 지분 확대나 경영권 변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키오시아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자사와 자회사가 발표한 내용이 아니라고 공지했고, 새 생산동 건설을 둘러싼 여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만 인정했다.
결국 이번 논의의 핵심은 인수보다 공동개발에 가깝다. SK하이닉스와 키오시아가 실제 협력 범위와 투자 방식을 어디까지 구체화할지는 향후 양사 발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