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의 미래를 둘러싼 경쟁에서 앤스로픽(Anthropic)이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자사의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클로드(Claude)에 최신 웹 검색 기능을 API 형태로 도입하며, 구글(GOOGL)이 지배해온 전통적인 정보 검색 패러다임 전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앤스로픽은 7일(현지시간) 클로드용 메시지 API에 웹 검색 확장 기능이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능 도입으로 개발자들은 클로드가 실시간 정보에 접근해 다중 연쇄 검색을 수행하고, 출처를 포함한 포괄적 답변을 생성하도록 설정할 수 있게 됐다. 20여 년 전 구글이 검색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꿨던 이후, 사용자 정보 탐색 방식에 일대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같은 변화는 검색 시장 내 인공지능 기반 도구의 빠른 확산과 맞물려 있다. 애플(AAPL)의 에디 큐(Eddy Cue)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이날 구글 반독점 재판에 출석해 “사파리(Safari)의 검색량이 지난달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기존 검색 비즈니스가 전환점에 서 있음을 인정했다. 구글이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으로 남기 위해 애플에 연간 약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변화는 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사용자 행동 조사에서는 이미 소비자 5명 중 1명이 AI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 검색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AI 어시스턴트는 기존 검색 엔진처럼 단순 링크 나열이 아니라, 다중 출처를 종합해 간결하고 맥락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의 질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
클로드 웹 검색 API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실시간 검색을 추가한 것을 넘어, 클로드는 이전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검색을 스스로 설계하는 *점진적 탐색*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인간 연구자가 주제를 좁혀가며 알아보는 방식과 유사하다. 여기에 검색 반복 횟수를 제한할 수 있는 매개변수와 출처 도메인을 설정 가능하도록 해, 기업 고객에게도 적절한 통제력을 제공한다. API 이용 요금은 1,000회 검색당 10달러로 책정됐으며, 이에 따라 앤스로픽은 이 기능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AI 검색 시장이 본격적으로 과열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는 지난해 가을 챗GPT에 웹 검색 기능을 통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쇼핑 기능까지 추가했다. 8억 명에 달하는 주간 활성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구글의 광고 중심 검색 비즈니스에 정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애플 또한 퍼플렉시티AI, 오픈AI, 앤스로픽 등과 전략적 제휴를 저울질하며, 구글과의 오랜 협력을 재정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와 AI 검색의 직합 통합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퍼플렉시티AI는 모토로라와 파트너십을 통해 AI 검색을 스마트폰 운영 수준에 내장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인데, 이는 구글이 자사의 검색 독점 구도를 의식해 강하게 저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도의 변화는 콘텐츠 생태계에도 예기치 못한 충격을 예고한다. AI 어시스턴트가 콘텐츠를 종합하여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원문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 방식이 정착될 경우, 기존 광고 수익 기반 웹사이트는 생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구글의 검색 부문 부사장 판두 나약(Pandu Nayak)이 “웹 트래픽 회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content-first 전략의 지속성을 둘러싼 회의론을 키운다.
결국 정보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AI 훈련을 위한 고품질 콘텐츠는 절실하지만, 그 콘텐츠를 제작한 출처는 독자 이탈로 수익을 잃는 아이러니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정보 검색의 미래는 점점 검색, 탐색, 대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 중인 어댑티브AI처럼 고객응대에 웹 검색을 연동하거나, 쿼라가 운영하는 포 플랫폼처럼 대화 중심 검색에 웹 데이터를 결합하는 사례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AI가 탑재된 어시스턴트가 인간 대신 정보를 정리하고 맥락화해 제공하는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용자 환경으로 재편될 수 있다. 결국 이 경쟁의 핵심은 가장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직관적인 AI 인터페이스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키워드를 타이핑하는 구식 검색은 조만간 한 시대의 흔적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