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드 에디터 ‘커서(Cursor)’의 개발사 애니스피어(Anysphere)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9억 달러(약 1조 2,960억 원)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오픈AI(OpenAI)의 전례 없는 대규모 펀딩을 주도했던 스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이 이끌었으며,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액셀(Accel) 등 유수의 벤처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애니스피어의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약 12조 9,600억 원)로 평가되며, 올해 1월 평가액 25억 달러에서 불과 몇 달 만에 3배 이상 뛴 셈이다. 이러한 급격한 가치 상승의 배경에는 커서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애니스피어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지난달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돌파했다.
커서는 사용자 코드와 AI 챗봇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띄우는 분할 화면 형식의 개발 도구로, 자연어 명령을 통해 단번에 수 줄의 코드를 생성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복잡한 작업이 입력되면 웹과 문서에서 추가 정보를 검색하고, 작업을 작은 단위로 분리함으로써 처리 효율을 높인다. 변경 제안은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실제 코드에 반영할 수 있다.
개발자의 다양한 사용 패턴을 고려해 커서는 수동 모드와 질문 모드 등 여러 사용 옵션도 제공한다. 수동 모드에서는 사용자가 수정할 코드를 직접 지정할 수 있고, 질문 모드는 새로운 코드 베이스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술적으로는 오픈AI, 구글(GOOGL) 등 주요 AI 기업의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애니스피어가 자체 개발한 모델인 ‘커서-패스트(Cursor-Fast)’도 내장돼 있다. 이 모델은 GPT-3.5와 GPT-4 사이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애니스피어는 이와 별도로 향후 ‘Mixture of Experts’(MoE)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새로운 코드 생성 모델도 자체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각기 다른 업무에 특화된 네트워크를 결합한 형태의 알고리즘 개발 인력을 공개 채용 중이다. 이 알고리즘은 입력에 따라 일부 네트워크만 활성화해 연산 자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모델 개발은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는 분야다. 따라서 이번 9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애니스피어가 고성능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외부 AI 활용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큰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커서의 주요 모델 공급처인 오픈AI 등에서 제공하는 고가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장기적으로 수익구조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오픈AI는 올해 초 애니스피어를 인수하려 시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대신 오픈AI는 최근 경쟁사인 프로그래밍 자동화 플랫폼 윈드서프(Windsurf, 법인명: 익사펑션 Exafunction)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인수 가격은 최대 3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 유치와 관련해 업계에선 커서와 같은 AI 기반 개발 플랫폼이 엔지니어링 도구 시장의 핵심 경쟁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단순 코드 작성을 넘어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통합 툴로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