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모델의 추론 능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공개됐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와 UC 버클리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알파원(AlphaOne)’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사고 과정을 개발자가 실시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이를 통해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면서도 추론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알파원은 ‘테스트 타임 스케일링(Test-time scaling)’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모델을 새로 훈련시키지 않고도 추론 단계에서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LLM 개발 방식과 달리, 알파원은 특정한 개입 시점에 ‘천천히 생각하라’는 명령의 의미를 갖는 토큰을 삽입해 사고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지연 사고 모드’를 유도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모델은 빠른 추론 모드로 전환돼 최종 답안을 생성하게 된다. 학습이 아닌 실시간 조정만으로 고정 비용 없이 다양한 작업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기존 연구에서 LLM은 인간의 사고 방식을 모방해 ‘시스템 2(System 2)’의 느린 추론 과정을 내재화하려 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간단한 문제조차 지나치게 복잡하게 접근하거나, 반대로 고난도 문제에서 충분히 숙고하지 않아 오류를 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존 기법들은 모델을 여러 번 실행하여 가장 적절한 답안을 선택하거나(병렬 스케일링), 사전 설정된 일정에 따라 사고 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방식(연쇄 추론 기법)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관성과 효율성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반해 알파원은 인간 사고의 ‘빠른-느린 전환’을 정적인 구조가 아닌, 동적으로 제어 가능한 매개변수 ‘알파(α)’를 도입해 극복에 나섰다. 사용자는 α값을 조정해 사고를 지연시키는 토큰의 반복 빈도를 설정할 수 있고, 특정 생성 시점을 기준으로 사고 단계를 종료하는 ‘α 시점’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진적 조절 덕분에 문제의 난이도나 맥락에 따라 속도와 정확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15억~320억 파라미터 규모의 다양한 LLM을 대상으로 수학, 코딩, 과학 문제 등 총 6개 벤치마크에서 알파원의 성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 기존 연쇄 추론 기법 대비 평균 토큰 사용량은 약 21% 줄었고, 정답률은 6.15% 상승했다. 특히 박사급 수학 문제에서도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느린 사고가 초기에는 시간을 소모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간결하고 정확한 논리 전개로 이어져 총 추론 비용을 오히려 줄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알파원 팀은 “효과적인 AI 추론은 인간처럼 사고 과정을 모방하려는 시도보다는, 추론 역학을 명확하게 모듈화하고 조절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이를 위해 개발자는 속도 조절 구조를 명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알파원은 현재 LLM의 불완전한 추론 능력을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원의 소스코드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특히 오픈소스 모델이나 이전에 토큰 기반 전환 학습을 거친 맞춤형 모델 사용자들이 쉽게 알파원을 통합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성 스크립트에서 간단한 모델명 수정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개발자와 기업 입장에서는 정밀한 추론 제어 능력을 확보하면서도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이번 접근법이, 향후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핵심 도구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질의 응답, 코드 생성, 산업용 워크플로우 등 고난도 태스크에서 알파원이 가져올 변화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