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표 인공지능 기업 미스트랄(Mistral)이 첫 '추론형' 대형언어모델(LLM) 제품군인 '마지스트랄(Magistral)'을 공식 출시했다. 이번 출시는 LLM이 단순 문장 생성 수준을 넘어 복잡한 논리적 문제 해결과 오류 수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업 AI 시장 내 존재감 확대를 노리는 미스트랄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긴 행보다.
미스트랄은 이번에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공개했다. 기업 전용으로 상용화된 '마지스트랄 미디엄(Magistral Medium)'과, 약 240억개 파라미터로 구성된 오픈소스 '마지스트랄 스몰(Magistral Small)'이다. 특히 후자는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돼 자유로운 재사용, 수정, 상업적 이용이 모두 가능하다. 이는 최근 미스트랄이 전사적으로 상용 모델 중심의 폐쇄 전략으로 선회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스트랄은 지난 5월 중순 기업 특화 모델인 '미디엄 3'을 독점적으로 내놓으며, 오픈소스 커뮤니티 내부에서 일각의 의구심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마지스트랄 스몰'의 오픈 정책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스트랄이 여전히 개방형 생태계의 핵심 축임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성능 면에서도 미스트랄은 자신감이 넘친다. '마지스트랄 미디엄'은 미스트랄 내부 및 외부 경쟁 모델과의 비교 평가에서 특히 추론 능력을 요하는 분야에서 뚜렷한 우위를 입증했다. 수학 문제 해결력 평가인 AIME-24에서 해당 모델은 기본 정확도 73.6%를 기록했고, 다중 해답 생성을 통한 '다수결' 방식으로는 90%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는 기존 '미디엄 3'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면서도, 동종 경쟁사인 딥식(Deepseek)의 모델을 크게 앞선 결과다. 대학원급 질문 답변 시험인 GPQA 다이아몬드, 실시간 코드 작성 테스트인 라이브코드벤치(LiveCodeBench) 등에서도 상위권 성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기업 고객을 위한 '마지스트랄 미디엄'은 미스트랄의 AI 인터페이스인 '르샤(Le Chat)'와 API 플랫폼 '라플라트폼(La Plateforme)'을 통해 제공되며, 아마존 세이지메이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IBM 왓슨X,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로도 연내 확장될 계획이다.
가격 역시 주목할 만한 전략이 적용됐다. '마지스트랄 미디엄'은 백만 단어 입력 단위당 2달러(약 2,880원), 출력 기준 5달러(약 7,200원)로 책정됐다. 이는 앞선 모델인 미디엄 3 대비 입력 비용만 해도 5배 오른 셈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오픈AI의 최신 모델이나 구글의 제미니 프로에 비해 출력 가격 기준으로 최대 절반 수준인 셈이어서, 고성능 모델을 현실적 비용에 사용하는 기업 수요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마지스트랄 시리즈는 단순 성능 외에도 '추론의 투명성', '다국어 지원', '속도 개선'이라는 세 가지 차별 화두를 내세운다. 사용자에게 사고 과정 자체를 전달하는 '체인 오브 쏘트(chain of thought)' 기술을 강화해, 법률이나 금융 등 결과의 근거가 중요한 분야에서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영어 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뿐 아니라 아랍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도 정밀한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능 면에서는 신규 애플리케이션인 '싱크 모드'와 '플래시 응답' 기능으로 인해 경쟁 모델 대비 최대 10배 빠른 토큰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고 강조한다.
활용 분야도 넓다. 미스트랄은 재무 모델링, 법률 해석, 소프트웨어 구조 설계,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 고난도 업무 외에도 창작 분야까지 포괄하며, 마지스트랄을 '창조적 전략가' 또는 '기발한 이야기를 만드는 친구'로 묘사한다.
이번 마지스트랄 출시는 단순한 신제품 선보이기를 넘어, 오픈소스와 기업용 상용 모델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미스트랄의 전략적 전환점이다. 개방성과 고성능을 모두 추구하는 이중전략을 통해, 미스트랄은 추론형 AI 시장에서 향후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