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볼로AI(Bolo AI)가 최근 시드 라운드에서 810만 달러(약 116억 6,000만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실시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운영체제, 이른바 ‘실행 시스템(system of action)’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볼로AI는 석유 및 가스 분야에서 현장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한 디티 수드(Diti Sood) CEO와 AI 전문가 라릿 제인(Lalit Jain)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수드는 아부다비 해양 플랫폼에서 여성 엔지니어 1호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과제 해결을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녀는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고, 의미 있는 결과로 전환해 현장의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볼로AI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 이력, 센서 정보, 프로젝트 문서, 공정 감시 데이터(SCADA) 같은 정보 자산이 방대하게 존재하지만, 실무자가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SAP, 오라클(Oracle), IBM 등이 관련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지만, 여러 시스템 간 연동이 미비해 정보 단절과 낭비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드는 “어떤 현장에서 일정 지연 문제가 발생해도 80페이지짜리 보고서 속에 묻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AI 기반 통합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볼로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사용자 역할에 따라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예컨대, 시추 오퍼레이터는 지진 로그나 위험 요소에 대한 알림을 받고, 관리자는 프로젝트 일정과 예산 초과 경고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와 같은 협업 툴은 물론, 데스크톱·태블릿·모바일 등 다양한 장치와 연동되는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초기 응용 분야로는 대형 산업 프로젝트의 예산 초과 방지를 위한 기능이 탑재된다. 이는 회의록, 계약서, 변경 요청 등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종합해 조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공업 프로젝트의 예산 초과는 평균 79%에 달하며, 일정 지연도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발생하는 등 구조적 비효율이 만연하다.
이번 투자는 트루벤처스(True Ventures)가 주도했고, 벤치스트렝스(Benchstrength), 어컴플리스(Accomplice), J벤처스, 비트벤처스(Beat Ventures) 등이 참여했다. 수드 CEO는 조달한 자금을 인공지능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와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 심화, 마케팅 조직의 점진적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공업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한 볼로AI의 접근법은 대규모 현장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 의미 있는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