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시장 조사 분야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아웃셋(Outset)은 AI 기반 조사 플랫폼으로 사람 대신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1,700만 달러(약 245억 원)를 유치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벤처캐피털 8VC와 베인앤컴퍼니의 미래 벤처 팔인 퓨처백벤처스가 참여했으며, 총 누적 투자액은 2,100만 달러(약 302억 원)에 달한다.
아웃셋이 개발한 플랫폼은 AI가 영상을 통해 상당 규모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시장 조사 방식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고, 고비용이 불가피했던 반면, 아웃셋 플랫폼은 조사 속도를 8배 높이고 비용은 81% 절감하며, 조사 대상 범위도 10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아론 캐넌(Aaron Cannon) 아웃셋 CEO는 “고객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우리는 AI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슬레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포춘 500 대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도입해 제품 기획 및 사용자 경험 연구에 활용 중이다.
네슬레는 2,000개가 넘는 브랜드의 신제품 콘셉트를 단기간에 수백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으며, 기존 대비 조사 기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제품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이 플랫폼을 선택했다. MS AI 부문 리서치 책임자인 제스 홀브룩은 “AI 기반 조사로 사용자에 대한 이해 속도와 범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아웃셋의 기술은 사용자가 인공지능 조사자와 영상, 텍스트, 음성 및 화면 공유 기능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결과는 자동 분석돼 실시간 보고서로 제공된다. 특히 초기 설정 단계에서 연구 목적과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이에 따라 보다 정교한 추가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8VC의 파트너 잭 모슈코비치는 “이 플랫폼은 사용성을 넘어 시장 조사 전반을 대체할 수 있다”며, 아웃셋이 최대 1,400억 달러(약 201조 6,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 결정을 내린 주요 요인으로 시장 규모, 초기 단계 리더십 확보 가능성, 기술적 견고함, 고객 이해도 높은 실행 팀을 꼽았다.
현재 아웃셋은 14명의 소규모 팀이 운영 중이지만, 연간 수백만 달러 규모의 반복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4개월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고객 사용량은 1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포춘 500 이상 대기업 50곳 이상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경쟁사로는 퀄트릭스와 유저테스팅이 있지만, 캐넌 CEO는 이들이 여전히 정형적 설문조사와 기존 분석도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웃셋은 기업 전용 보안 시스템, 역할별 접근 권한 설정, 맞춤 인터뷰어 관리 등 대기업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기술의 한계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AI 기반 조사는 대규모, 빠른 결과, 비교적 명확한 리서치 목표를 지닌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하지만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즉석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인터뷰에는 인간 연구원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들이 실제 인간 연구자보다 AI 조사자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고 캐넌은 전했다. 그는 “응답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어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아웃셋은 영업 조직을 확대하고 더욱 정교한 AI 조사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임직원이 단순한 질문만 던지면 AI가 자동으로 조사 설계부터 분석까지 수행하는 ‘AI 네이티브 조사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아웃셋의 부상은 전통적 시장 연구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설문과 인터뷰, 분석까지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돼오던 방식이 빠르게 알고리즘과 자동화로 대체되며, 기업의 고객 이해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AI가 감정과 공감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조사자를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