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실리콘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제로리스크(ZeroRISC)가 최근 1,000만 달러(약 144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번 투자는 상업용 보안 실리콘 플랫폼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실리콘 공급망 전반에 걸친 무결성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제로리스크는 2023년 오픈타이탄(OpenTitan)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도미닉 리조(Dominic Rizzo)에 의해 설립된 보안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하드웨어 수준에서부터 보안을 구현하는 ‘루트 오브 트러스트(RoT)’ 기반의 칩을 핵심으로, 오픈타이탄 기술을 상업용으로 발전시킨 보안 칩을 제공한다. 오픈타이탄은 구글이 주도했던 최초의 오픈소스 실리콘 보안 프로젝트로,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부팅 무결성과 코드 위·변조 방지를 지원하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제로리스크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은 ‘무결성 관리 플랫폼(IMP)’이다. 이 플랫폼은 실리콘 하드웨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반 관리 도구를 통합 제공해 장치 운영체제 아래에서 보안 정책을 강력히 실행하고, 실시간 검증과 정책 투명성을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러스트(Rust) 언어 기반의 임베디드 운영체제를 통해 철저한 권한 격리와 제조사 의존도 없는 보안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IMP는 공급망 전 주기에서 장치의 보안 상태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어, 실시간 인증과 대규모 보안 정책 적용이 필요한 기업 환경에 적합하다. 또한 다양한 시스템온칩(SoC), 칩렛, 디바이스에도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제로리스크는 자사 플랫폼에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를 통합하고, 알고리즘 ‘SPHINCS+’를 펌웨어 서명에 적용해 향후 양자 컴퓨팅 시대에도 대비 가능한 수준의 보안을 구현했다. 이는 미래 보안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규제 강화와 사이버보험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의미도 크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벤처캐피털 폰티날리스 파트너스(Fontinalis Partners)가 주도했고, 펀도모(Fundomo), 아날로그 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공동 창업자 레이 스타타(Ray Stata),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창립자 딜런 파텔(Dylan Patel), SBXi, 첼피스 벤처스(Chelpis Ventures), 본드스트리트 캐피털(Bond Street Capital) 등도 함께 참여했다.
폰티날리스의 파트너 게이브 커닝햄(Gabe Cunningham)은 “오픈소스 기술로부터 출발한 창업가가 해당 기술을 기업 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성공 공식”이라며, “제로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안전함을 전제로 한 차세대 디바이스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로리스크의 행보는 오픈소스 보안 실리콘 생태계가 상업적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공급망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