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 데이타브릭스(Databricks)가 AI 에이전트용 데이터 인프라 확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시장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Meta)와 스노우플레이크(SNOW)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AI 전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데이타브릭스는 단순 데이터 분석 도구를 넘어 AI를 위한 핵심 데이터 처리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데이터+AI 서밋'에서 데이타브릭스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신규 도구와 서비스를 대거 공개하며 차세대 AI 운용 환경에 대비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특히 서버리스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데이터베이스 '레이크베이스(Lakebase)'는 전통적인 인력 분석보다는 에이전트의 유동적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춘 설계로 주목받았다. 알리 고드시(Ali Ghodsi) CEO는 “완성형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부터 데이터 인프라 수준에서 준비가 이뤄져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타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은 AI 도입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이터 민주화*다. 이번 서밋에서 소개된 다수의 신기능들은 기업 내 비전문 인력도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분석 툴을 넘어 최근 기업들이 도입 중인 AI 에이전트와의 통합을 고려한 기능 고도화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타브릭스의 진화는 기술 생태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랜드스케이프는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메타는 미국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 AI의 지분 절반가량을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에 인수하며 AI 에이전트 전략 강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CEO인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을 영입, ‘슈퍼인텔리전스 랩’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집중 투자는 이미 연간 반복 매출(ARR)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넘기며 시장 선두를 달리는 오픈AI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데이타브릭스와 스노우플레이크의 기술 노선이 점차 수렴하며 정면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는 AI 에이전트 운영에 최적화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타브릭스가 인수한 ‘네온(Neon)’의 70% 이상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자동 구축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벤 스탠실(Benn Stancil) CTO는 “데이터 스택은 점점 인간보다 에이전트를 위해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복잡하다. 고드시 CEO 스스로도 “에이전트 생태계는 아직 초기에 불과하며, 데이터 신뢰성과 효율성을 확립하는 데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JPMorganChase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 역시 “AI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는 데이터를 유의미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라며 인프라 혁신의 난이도를 지적했다.
에이전트 활용이 확산되면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논의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에이전트를 인간 개입 없이 운영하려 하지만, 고드시는 “결국 사회적으로는 책임 주체가 필요하며, 인간은 이러한 시스템의 감독자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데이타브릭스는 AI 중심의 데이터 기술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향후 에이전트 중심 구조에서 인간과 AI가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체계가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따라, 이 업체의 성장 경로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