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AI 그록, 정치 편향 논란…“진실 왜곡 AI” 우려 고조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챗봇 '그록(Grok)'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록이 반대 의견이나 검증된 사실조차 무시하고 머스크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삭제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그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록은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가 2023년 출시한 대형언어모델(LLM)로, 이후 머스크가 인수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에 통합되며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초기에 이 시스템이 '머스크나 트럼프를 허위정보의 주요 유포자로 지목한 사이트는 배제하라'는 시스템 프롬프트를 탑재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사용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xAI 측은 당시 이를 신입 직원의 독단적 설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명확한 책임소재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록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 학살'이라는 의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하다가 다시 시스템 수정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는 아무 연관성 없는 대화중에도 AI가 무작위로 해당 주제를 꺼냈고, 이 역시 내부 직원의 실수라는 해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머스크 본인이 남아공 출신 백인이라는 점과 그의 정치적 기류를 고려했을 때, 해당 오류가 우연의 산물인지 의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입맛에 맞게 AI 응답을 조율하겠다고 공언했으며, 그동안 자주 그록이 자신의 주장이나 우파 계열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팩트체크했을 때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지난 6월 한 건의 우익 폭력 사건을 민주당 계열의 책임으로 몰아간 뒤, 그록이 이를 반박하자 "AI가 구시대적 미디어를 따라한다"고 비난하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주요 미디어를 참조하지 않는 그록의 차기 업데이트를 통해 인간 지식 전체를 다시 쓰겠다"고 밝혔고, 그 배경에는 자신이 검열이라 규정한 기존 정보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 의지가 깔려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나 분석가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사용자의 정보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으며, 그록 상에서 생성된 콘텐츠의 품질과 편향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활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편향적 체계가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업계 기업이 남아프리카 지역을 주요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우, 그록이 오류 기반 정보를 퍼뜨릴 경우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그록이 테슬라(TSLA)나 스페이스X 등 머스크의 회사 관련 악재를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축소한다면, 투자 판단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기술 논평가들은 이 사태를 구글의 젬마이(Gemini) 챗봇 초기에 보였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wokeness)' 사례와 비교하며, 당시 구글이 비판을 받고 수정을 단행한 것처럼 머스크 역시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기술적 성과가 뛰어나더라도 편향되고 불완전한 정보로 특정 이익 또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면 이는 정보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머스크의 그록 개편 계획은 단순히 한 AI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와 기업,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 전반을 구성하는 정보 기반까지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진실을 수호하겠다던 AI가 창립자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정보 왜곡에 나선다면, 이는 AI 기술이 인간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