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도입과 동시에 보안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금융업계에서 캐피털원(Capital One)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자사의 자동차 금융 부문에 다중 에이전트 기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하며 실전 배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복잡한 고객 니즈 파악과 실행, 피드백까지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이 AI 시스템은 고객 경험 혁신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캐피털원이 주도한 이 시스템은 네 개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에이전트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두 번째는 사내 정책과 도구를 기반으로 행동 계획을 수립한다. 세 번째 에이전트는 앞선 두 에이전트의 판단을 검증하고, 네 번째는 사용자와 함께 최종 계획을 확인하며 해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해가며 정확도를 높여가는 설계는 대화형 AI의 한계를 넘어, 기업용 AI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캐피털원 기술 총괄인 밀린드 나파드(Milind Naphade)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적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상담사의 사고 프로세스를 분석한 뒤, 이를 AI 에이전트로 모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각 에이전트별 고유 역할을 분산시킨 덕에 논리적인 판단력과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는 기술 실험이 자유로운 산업이 아닌 만큼, 나파드는 규제 요건과 내부 정책, 보안 제약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스템 구조 내에 리스크 평가 전담 AI를 추가 도입했고, 이 에이전트는 전 단계의 계획 수립을 검토해 실패 시 그 원인을 회귀적으로 수정하도록 설계됐다. 나파드는 "우리는 규제받는 기업이다. 정밀하고 재현 가능한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난이도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API 호출, 사용자 의도 해석, 정확한 계획 실행 등 각 단계별로 반복적인 실험과 검토가 필요했다. 특히, 이전 사례가 거의 없는 가운데 새로운 모델과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델 선택에서도 캐피털원은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개방형(Open-weight)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자사 전용 데이터와 정책에 따른 맞춤형 튜닝이 가능해졌다. 나파드는 “AI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 폐쇄형 모델만으로는 충분한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캐피털원은 자체 기술, 오픈소스 솔루션, 엔비디아(NVIDIA)의 추론 시스템을 조합해 고성능 구현에 나서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는 금융 산업 특화 기능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업 중이다.
첫 번째 실전 적용 사례인 '챗 컨시어지(Chat Concierge)'는 자동차 구매 과정에서 고객과 딜러 양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고, 실제로 고객 참여율이 최대 55%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캐피털원은 향후 다양한 고객 접점에도 점진적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나파드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며 고객 경험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AI 구축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AI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규정과 정책을 고려한 체계적인 실행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적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캐피털원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