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작은 도시 샐먼 암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로봇들이 밤낮없이 버섯 수확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버섯 로봇’들은 지치지 않는 기계팔과 AI 비전 시스템을 통해 수확, 손질, 포장을 24시간 내내 반복한다. 이 기술을 상용화한 4AG 로보틱스는 최근 4,000만 달러(약 576억 원)를 투자받아 로봇 수를 현재 16대에서 내년까지 1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호주 등지에도 이미 설치가 진행 중이다.
말끔하게 수확된 버섯 너머로 기술의 미래가 보인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려는 선택이 아니라, 노동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도입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농업인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해마다 수천 개 농업 일자리가 비어 있고,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장들은 자동화를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존립을 위한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화된 단속은 일손 부족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저임금, 고강도 농업 일자리를 감당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어들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동화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농업생산성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버섯만이 아니다. AI 기반 딸기 수확기, 로봇 채소 정밀 탈엽기, 자율 주행 과수원 방제기 등 기술이 적용되는 영역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들이 이제는 농장 예산의 한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화의 물결은 이미 방향을 정했고, 속도만 빨라지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이 같은 기술 대체 흐름은 ‘미국인은 농업 일을 기피한다’는 문제를 넘어선다. 인간이 빠진 자리를 로봇이 차지하면, 해당 일자리는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진다. 향후 어떤 이민 정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이미 설치된 로봇은 꺼지지 않는다. 비용 효율과 생산지속성 측면에서 일단 자동화를 선택한 농장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기술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정확도를 높이고, 노동자의 부상 위험을 줄이며, 휴식 없는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획 없는 급속한 도입은 농업 생태계에 예기치 않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세 농가는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으며, 그것이 지역 공동체 전체의 생계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샐먼 암의 버섯 로봇은 단순한 기술 적용 사례가 아니다. 이는 향후 미국이 직면하게 될 ‘무인 노동의 시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단기적으로는 노동 부족을 메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업 구조 자체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동시에, 수십 년간 농업 경제를 지탱해 온 이민 정책도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는 ‘로봇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어디서, 언제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인간의 손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식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며, 그때는 노동력이나 이민정책이 아닌 ‘사라진 일자리’에 대한 논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