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이제 단순한 응답형 AI에서 벗어나, 복잡한 목적을 이해하고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주목받고 있다.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 기업 중 하나로, 단순한 지식 제공을 넘어 실제 법률·세무·컴플라이언스 등 고난도 업무를 대체 가능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많은 기업에게 충격을 안겼지만, 톰슨 로이터에게는 목표에 대한 확신과 실행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이미 사내 기술 리더들이 고민하고 있던 분야에 GPT 기반의 생성형 AI가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자사의 제품 전략을 본격 전환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반응하는 AI가 아니라, 변수를 이해하고 실제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동형 도구를 개발하고자 했다”는 설명은 이 기업의 제품 철학을 대변한다.
톰슨 로이터는 현재 에이전틱 AI 기술을 ‘CoCounsel Legal’, ‘CoCounsel Tax’ 등 수직 특화형 솔루션에 적용한 상태다. CoCounsel은 사용자 요구를 분석해 계획을 수립하고, 다수의 전문 도구를 통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세무 AI는 Westlaw, Practical Law, Checkpoint 등 각 부문 최고 수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돼 전문 세무사 수준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전체 세무신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확보된 셈이다.
이러한 발전은 내부 기술조직과 도메인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에서 비롯됐다. 현재 톰슨 로이터에는 250여 명의 AI 엔지니어가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4,500명 이상의 법률·세무 전문가들과 함께 제품 고도화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의 사용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이 구조는, 빠른 반복적 학습과 신뢰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전략적 설계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AI를 활용한 코드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서버를 조작하거나 문서를 비교·해석하고, 리스크까지 사전에 식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합법적인 해석이 허용되는 전문가 영역에서 신뢰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AI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지능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업무에 결합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있다. 에이전틱 AI가 관련 규제와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고, 사람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톰슨 로이터의 입장이다. 따라서 명확한 목표 설정, 실시간 조정, 신중한 자동화가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톰슨 로이터는 인간 중심의 설계 원칙을 적용해,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문가에게 의사결정을 넘기도록 하는 통제 구조를 갖췄다. 또한, AI 시스템을 설명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디자인함으로써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사용자들은 시스템이 어떤 이유로 특정 결정을 내렸는지를 신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AI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 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팀 구성과 조직 운영 방식을 전면 조정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수직 조직에서 탈피해, 소규모 민첩하고 고도로 정렬된 팀 구조로 재편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가 AI 학습과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전문가 참여형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기민하게 움직이면서도 업계 요구에 부합하는 퀄리티를 맞출 수 있는 구조다.
궁극적으로 톰슨 로이터가 지향하는 AI의 미래는 ‘가장 똑똑한’ 시스템이 아니라 ‘가장 유용한’ 시스템이다. 복잡하고 시간이 부족한 순간, 전문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실질적 협업 도구로 기능하는 것이 AI의 이상적인 진화 방향이라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전문 직군의 업무 방식 자체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그 선두에서, 기술과 신뢰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