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시대의 ‘인간 인증’을 표방하며 출범한 휴머니티 프로토콜(Humanity Protocol)이 신뢰의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동 창업자의 충격적인 ‘봇 고백’ 이후, 에어드랍 배분 논란, 토큰 가격 폭락, 기술적 결함 의혹 등 각종 문제가 연이어 터지며 커뮤니티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 “88%가 봇일 수 있다”… 프로젝트의 근간 흔든 고백
휴머니티 프로토콜 공동 창업자 테런스 콕(Terrance Kwok)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등록된 900만 개의 Human ID 중 약 88%가 자동화된 봇일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인증을 마친 사용자는 약 100만 명에 그친다고 밝혔다.
인간 인증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Sybil 공격 방지를 강조해온 프로젝트의 기조가 정면으로 흔들리자, 커뮤니티 내에서는 당혹감과 분노가 번졌다. 일부 사용자는 “인간을 증명하겠다는 시스템이 정작 인간이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프로젝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에어드랍 논란… “봇은 받고, 인간은 못 받아”
에어드랍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도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프로젝트 측은 ‘Fairdrop’이라는 이름으로 $H 토큰을 분배했지만, 인증을 완료하고 활동을 지속한 사용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한 반면, 활동 이력이 전무한 지갑에 다량의 토큰이 분배된 사례들이 속출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정작 사람들은 배제되고, 다수의 봇 계정이 에어드랍의 주 수혜자가 됐다”는 비판과 함께 에어드랍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Fairdrop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기준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 상장 직후 급변한 가격 흐름… “일시 반등, 구조적 회복은 미지수”
$H 토큰은 상장 직후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6월 26일 약 55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이틀간 하락세를 보였고, 6월 30일부터는 회복세를 나타내며 7월 2일 한때 125원 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100원 초반대로 하락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어드랍 토큰이 시장에 대거 풀리며 초기 매도세로 이어졌고, 이후 단기 매수세 유입으로 일시적 반등이 있었으나 근본적 신뢰 회복이 없이는 가격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반등이 시장의 혼란을 더욱 키웠다는 반응도 나온다.
■ 기술적 신뢰도도 도마 위에… “오픈소스 차용·보안 취약 우려”
기술적 측면에서도 불신은 커지고 있다. 일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Palm 인증 시스템이 독자 기술이 아니라 중국계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메일 기반 로그인 과정에서 개인 키가 일시적으로 평문 상태로 처리된다는 보안 우려가 제기되며,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깃허브(GitHub) 상의 이슈 트래킹에서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신뢰 기반 프로토콜임에도, 소스코드는 폐쇄적이며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창업자 이력도 도마 위로… “과거 실패의 반복?”
창업자 테런스 콕의 과거 이력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그는 과거 스마트폰 기반 호텔 서비스 스타트업 ‘Tink Labs’를 운영하며 약 1억7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2019년 해당 기업은 파산한 바 있다. 이에 일부 사용자들은 “이전에도 빠른 성장 뒤 갑작스러운 붕괴가 있었고, 현재 프로젝트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 “기술보다 진실이 먼저”… 신뢰 재건 없이는 회복 어려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근본 가치였던 ‘신뢰’ 자체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인간을 증명한다는 대의명분이 오히려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Web3 커뮤니티에서는 “기술적 실험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먼저 정직하고 투명해야 사용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DAO 포럼에서는 휴머니티 프로토콜의 철학 자체를 재정비하고, 인증 구조와 보상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Web3 시대의 핵심 가치인 ‘신뢰’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토큰포스트는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정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자율 공시 체계인 ‘DADS(Digital Asset Disclosure Standard, 디지털 자산 자율 공시 기준안)’를 준비해왔다. DADS는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 내 실질적 신뢰 인프라로 작동하며, 향후 유사 사례를 예방하고 시장의 건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휴머니티 프로토콜 측은 현재 인증 체계와 보상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예고했지만,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