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밈코인 행사에 '2천억'…정치와 코인의 위험한 동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후원한 밈코인 투자자 행사에 2천억 원 넘는 돈이 몰리면서, 가상자산과 권력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행사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DC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과 백악관에서 열렸다. 초청 대상은 일명 '트럼프 코인($TRUMP)'을 대량 보유한 투자자들이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잉카 디지털에 따르면 참석자들이 행사 참여를 위해 사용한 금액은 총 1억4천800만달러(약 2천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재벌로 알려진 중국계 기업인 저스틴 선도 자리했다. 그는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천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번 행사 직전에는 트럼프 코인 2천만달러어치를 추가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된 인물로, 이 같은 투자 행보는 이해충돌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리처드 브리폴트 교수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판 셈”이라며 “역사상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친 암호화폐 성향을 드러내며 규제 완화를 약속해왔다. 실제로 취임 이후 SEC는 그동안 업계와 법적 논쟁을 이어오던 암호화폐 기업 리플과의 소송에서 합의를 보거나 취하하는 등 완화 행보를 보였다. 업계에 대한 조사·기소 중단 사례는 12건이 넘는다.

트럼프 일가도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어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자 기금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관련 벤처 기업 가치는 29억달러(약 3조9천500억원)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 의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암호화폐 연루를 “심각한 부패의 시작”이라고 비판하며 견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해제와 사적 이익 추구가 국가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아메리칸대학교 래리 노블 교수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 기부자들이 투자 대가로 얻는 영향력이 국가안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정부 수장의 직접 참여와 그로 인한 권력 거래,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