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보유자를 노린 폭력 범죄가 늘면서, 보험업계가 새로운 방식의 보호수단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단순 절도를 넘어, 투자자 본인을 노린 ‘납치-몸값(Kidnap & Ransom, K&R)’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맞춤형 보험 상품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NBC 뉴스에 따르면 현재 앵커워치(AnchorWatch)를 비롯한 최소 세 곳의 보험 및 보안 전문 기업들이 암호화폐 투자자 전용의 K&R 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앵커워치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레베카 루벤펠드는 최근 열린 라스베이거스 비트코인 콘퍼런스 현장에서 "폭력에 대한 공포가 대화의 중심"이었다고 전하며, 해당 보험은 오는 가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관련 폭력 사건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그 수위와 범위가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이탈리아 관광객이 고문당한 사건이나 프랑스에서 암호화폐 기업 임원이 납치된 사례 등 실제 사례가 이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구조가 이러한 범죄를 더욱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은 개인이 직접 관리하고, 송금 후 거래 취소도 불가능하며, 비밀번호나 지갑 키가 탈취될 경우 자산을 추적 없이 옮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들을 위한 전통적인 K&R 보험을 암호화폐 분야에 맞게 각색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하일란트 캐피털(Hylant Capital)의 앤드루 커트 부사장은 “K&R 보험은 청구 건수는 적지만 피해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며,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렐름 인슈어런스(Relms Insurance)의 조셉 지올코프스키 대표는 자사도 K&R 상품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시 보안 인력이 동행하는 경우, 이는 보험료 책정에 반영될 수 있다”며, 고객의 피지컬 보안 능력과 사이버 보안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단 사건도 보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7일, 한국 경찰은 암호화폐 거래를 가장해 현금 10억 원(약 73만 달러·약 10억 원)을 강탈하려던 러시아 국적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용의자는 가짜 암호화폐 거래를 미끼로 한국 투자자를 호텔로 유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13일, 암호화폐 거래소 페이미엄(Paymium)의 공동 창업자 피에르 노이자(Pierre Noizat) 대표의 가족이 납치 위협을 겪은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암호화폐 부유층이 단순 해킹이나 사기뿐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물리적 위협에도 직면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시사하고 있다. 보험과 보안업계는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맞춰,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