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올 1분기에만 57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형 자산’이 시장에서 얼마나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은행이 5대 주요 국내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중 USDT(테더), USDC, USDS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은 56조95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테더(USDT)가 47조3311억 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고, USDC는 9조6186억 원으로 약 17%였다. USDS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41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같은 법정통화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는 암호화폐로, 투자보다는 거래나 송금 용도 중심으로 활용된다. 이번 한은의 자료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이처럼 구체적으로 공개된 첫 사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통계 축적을 시작해 현재까지 5대 거래소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제 거래 규모는 최근 몇 분기 동안 눈에 띄게 팽창했다. 2023년 3분기 17조 원이던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4분기에 60조 원으로 3배 넘게 늘었고, 2024년 1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암호화폐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거래 규모도 급증하며, 월간 30조 원대를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소 조정되는 분위기다. 1월 24조 원대였던 스테이블코인 월간 거래 규모는 2월 19조9천억 원, 3월에는 12조 원대로 점차 줄었다.

이 같은 흐름은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하루 평균 1조 원 이상을 기록했던 시장 거래는 3월 기준으로 4천억 원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거래 동향에 주목하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발행될 경우 통화 정책 효과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현실 결제에 활용하는 '프로젝트 한강'도 병행 중이다. 이는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실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디지털 자산 시대 대비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투자 수단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 당국이 어떻게 규제와 제도적 틀을 마련해 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