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초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기 비활성 상태였던 대형 보유자(Whale)들이 최근 수백 개의 ETH를 매각하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이 가운데 이더리움 OG(오리지널 투자자)의 2년 만의 귀환이 특히 주목된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에 따르면, 한 이더리움 OG가 최근 501 ETH를 매도하면서 약 129만 달러(약 17억 9,310만 원)를 현금화했다. 해당 투자자는 전날 1 ETH의 테스트성 송금 이후, 본격적인 매도를 위해 500 ETH를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고요했던 대형 지갑이 활동을 재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투자자는 지난 2년간 지갑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자산 이동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그는 2023년에 각각 2,286 ETH와 1,500 ETH를 매도해 총 717만 달러(약 99억 6,630만 원) 규모의 수익을 실현한 바 있다. 현재 그의 지갑에는 여전히 8,052 ETH가 남아 있으며, 이는 현 시세 기준으로 약 2,043만 달러(약 283억 9,870만 원) 상당에 이른다.
또 다른 사례도 눈에 띈다. 이더리움 초기공개(ICO)에 참여했던 지갑 중 하나가 약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2,000 ETH를 바이낸스로 송금한 후, 며칠 사이 이를 전부 매도했다. 이 매각으로 얻은 금액은 약 513만 달러(약 71억 2,070만 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이더리움 ETF의 자금 유출도 관찰됐다. 룩온체인에 따르면, 6월 16일 하루 동안 전체 이더리움 실물 ETF에서 약 3,748 ETH(약 98억 6,320만 원)가 빠져나갔다. 이 중 피델리티 이더리움 펀드에서만 3,496 ETH(약 92억 3,440만 원)가 유출돼 타격이 가장 컸다. 인베스코 갤럭시 ETF에서도 172 ETH(약 4억 7,710만 원)가 감소했다. 이외에도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신탁에서 78 ETH, 미니 신탁에서는 2 ETH가 각각 이탈했다.
한편 같은 날 이더리움 가격은 전일 대비 5% 넘게 급락해 약 2,580달러(약 358만 2,000원)까지 하락했다. 전날 급등세를 보이며 2,680달러를 돌파했던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린 셈이다. 연이은 대규모 매도 물량 출현과 ETF 자금 유출은 이더리움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사례는 장기 투자자들이 더는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전략적인 자산 회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추가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