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에스크로 해제를 앞두고 일본 금융 대기업 에스비아이(SBI) VC 트레이드가 320만 개의 XRP를 대규모로 이체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 703만 달러(약 977억 원)에 달하는 이번 이동은 단순한 내부 조정 이상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XRP 상장지수펀드(ETF) 추진설까지 제기됐다.
이번 송금은 6월 30일 대형 온체인 추적 서비스 웨일얼럿(Whale Alert)에 의해 포착됐다. 익명의 지갑간 이동으로 포장됐지만, 발신 주소는 SBI VC 트레이드와 연관돼 있었으며, XRP는 각각 160만 개씩 두 지갑으로 분리돼 옮겨졌다. 무엇보다 리플이 매월 정해진 시점에 10억 개의 XRP를 에스크로에서 해제하기 직전에 이뤄진 거래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적 정리 이상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점도 묘하다. 규제 변화를 본격화한 일본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를 공식 금융자산으로 간주하는 개편안을 제안했고, 개인투자자 과세 방식 또한 기존 55%에서 획일적 20%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암호화폐 투자 환경에 ‘제도권 자금’ 유입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다. XRP ETF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XRP의 대표적 파트너인 SBI가 이 같은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해당 지갑 이동은 ETF 또는 기관 수요 대응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XRP의 현재 가격 흐름은 이에 비해 다소 정체 상태다. 6월 말 기준 가격은 2.18~2.22달러(약 3,028~3,086원)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50일,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상대강도지수(RSI)는 50.68로 중립적인 흐름을 보이며, 명확한 상승 모멘텀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다만 기술적 분석가 이그랙 크립토(EGRAG CRYPTO)는 과거의 패턴을 근거로 향후 폭발적인 반등이 잠재돼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EMA선 돌파 이후 재차 눌림 조정이 발생한 후, 역사적으로 XRP가 455%에서 최대 2,000%까지 급등했던 사례를 지적했다. 이 시나리오가 재현될 경우 XRP는 보수적으로는 9.5달러(약 1만 3,205원), 공격적으로는 37.5달러(약 5만 2,125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2025년 4월이 최근의 재테스트 시점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번 SBI의 대규모 XRP 이체는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다. 일본의 규제 변화, 제도권 수용 흐름, 리플과의 전략적 협업 배경이 맞물리면서, 향후 XRP의 ETF 추진 여부 및 가격 반등세에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