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의 이용자 제임스 하퍼가 연방 국세청(IRS)을 상대로 제기한 사생활 침해 소송을 기각하면서,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 권리에 중대한 법적 선례가 남았다.
이번 사건은 IRS가 2017년, 미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존 도(John Doe) 소환’을 통해 코인베이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하퍼는 이에 대해 자신의 금융 정보가 영장 없이 수집됐다며, 헌법상 보호되는 제4수정헌법 위반이라 주장하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21년 뉴햄프셔 연방지방법원은 그의 주장을 기각했고,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이 판결은 확정됐으며, 디지털 자산 보유자들의 사생활 보호권 논의에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됐다. 코인베이스는 하퍼의 청원에 찬성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과거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추적할 뿐 아니라 미래의 거래까지도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경고했다. 폴 그레월(Paul Grewal)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는 “세금 준수를 지지하지만, 이번 사례는 단순한 암호화폐 이슈가 아니라 금융기관, 통신사, 이메일 서비스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생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기각 판결 직전, 암호화폐 세금 소프트웨어 업체 코인레저(CoinLedger)는 자사 고객 상담 중 IRS 경고장을 언급한 사례가 전년 대비 758%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IRS가 암호화폐 미보고 또는 과소보고 거래자에 대해 서면 경고를 강화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코인레저는 “IRS 경고장은 범죄 혐의와는 무관하고, 단순히 ‘존 도 소환’으로 인해 IRS가 인지한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발송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퍼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기 IRS의 암호화폐 이용자 추적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국 내 암호화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정부의 조세 집행 권한 간 균형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세무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법적 충돌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