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XRP 네트워크에서 정체된 흐름을 깨는 ‘조용한’ 변화가 감지됐다. 겉보기에 뚜렷한 가격 움직임은 없었지만, 지난 6월 30일 기준 XRP에서 발생한 지갑 간 결제 거래량이 13억 5,000만 XRP를 돌파하며 시장의 눈에 띄지 않은 급등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달간 관측된 데이터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시장 참여자들조차 대부분 놓쳤던 변화다.
이처럼 이례적인 온체인 활동 양상은 일반적으로 ‘고래’들의 집단적 포지션 변경,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 혹은 거래소 간 자산 재배치 등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규모 있는 네트워크 활동에도 불구하고 XRP 가격은 횡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XRP는 여전히 일일 차트에서 수개월째 갇혀 있는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술적 지표를 살펴봐도 이러한 침묵은 분명하다. XRP 가격은 최근 2.25달러(약 3,128원)를 시험한 뒤 다시 2.20달러(약 3,058원)선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50일,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은 모두 촘촘하게 모여 있으며, 이는 가격의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우유부단’을 암시한다. RSI(상대강도지수)도 중립적 영역에 머물며 특이점 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제량 급증과 가격 정체 사이의 괴리는 이번 사례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이는 자금이 외부에서 유입된 구매 활동이 아니라, 내부 자산 재편의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만약 이 중 일부가 ‘매집’ 성격이라면, 이 현상은 본격적인 방향 전환의 전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XRP가 장기 횡보를 끝내려면 2.30~2.35달러(약 3,197만~3,267만 원) 구간을 강하게 돌파해야 한다. 만약 리플 생태계 내의 기술적 진전, 규제 명확성 확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상승 모멘텀 등 어떤 촉매가 붙는다면, 현재처럼 압축된 EMA선들은 지지선이 아닌 ‘런치패드’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이번 네트워크 활성화를 ‘분산’ 신호로 해석한다면 2.10달러(약 2,929원) 이탈 시 추가 하락도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이 거대한 온체인 움직임 뒤에 숨어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XRP는 과거에도 유사한 네트워크 활동 이후에 큰 가격 변화가 종종 뒤따랐다는 점에서, 조용한 지금이 ‘전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