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설립 초기를 둘러싼 ‘미국 정보기관과의 연관’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교육 플랫폼 알파라이언스 아카데미(Alpha Lions Academy)의 설립자인 에드워드 파리나(Edward Farina)는 리플의 기원이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이 아닌, 미국 정부와 연결된 조직 및 상표 등록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리나는 리플의 초기 설계를 맡았던 라이언 푸거(Ryan Fugger)의 배경을 핵심 단서로 주목한다. 푸거는 리플이라는 이름이 인기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파리나는 훨씬 오래전인 1991년에 등록된 '리플 커뮤니케이션즈(Ripple Communications)'라는 기업명에 주목했다. 그는 이 명칭이 이후 리플(Labs)의 브랜드 구축과 맞물려 있으며,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정황이 석연찮다고 지적한다.
의심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INSA)이 대대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던 시기, ‘리플페이(RipplePay)’, ‘오픈코인(OpenCoin)’, ‘리플컴(RippleCom)’ 등 세 개의 인터넷 도메인이 동일한 IP 주소 아래 등록됐다. 이 도메인들 중 일부는 리플랩스의 전신인 오픈코인으로 이어졌고, 이후 리플이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됐다.
놀라운 건 이 시기에 정부 조직과 리플 관련 기업 사이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카렌 누슬(Karen Nussle)은 당시 리플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INSA의 핵심 연락 담당자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또 다른 인물 수잔 윌슨 헤켄버그(Suzanne Wilson Heckenberg)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리플 커뮤니케이션즈에 몸담고 있다가, 이후 INSA의 수석직을 역임했다.
상당히 민감한 시점에 등장한 또 다른 실마리는 도메인 이름이다. 헤켄버그가 퇴사한 직후, 제드 맥케일럽(Jed McCaleb)이 ‘ripple.com’ 도메인을 인수하며 상표권을 함께 확보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플 커뮤니케이션즈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의 주인공은 현재의 리플랩스로 자연스럽게 교체됐다.
리플이 단순한 지급 결제 플랫폼인지, 아니면 미국 정보기관과 민간 부문 간의 전략적 공생을 통한 창작물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푸거는 부상 이후 조용히 업계에서 물러났고, 이와 동시에 리플은 암호화폐 산업의 중심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아직도 수 년 전 등록된 1991년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황은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리플은 꾸준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이슈를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 배경에 잠재된 기원에 대한 새로운 의혹 제기와 인물 네트워크를 따져보면, 이 프로젝트가 갖는 정치적, 전략적 함의는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