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0일(현지시간) 사상 최고가인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를 돌파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7주간 이어진 조정 장세 후 강력한 반등에 성공한 이번 랠리는 장기 보유자의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승세에서 뚜렷하게 개인투자자의 부재가 부각되며 분위기는 다소 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는 ‘Spent Output Age Bands(사용된 코인 연령대)’ 데이터를 인용해 7~10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비트코인들이 최근 거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주요 가격 변곡점과 함께 나타났던 현상으로, 현재 상승세가 장기 보유자의 수익 실현 구간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지난주에는 사토시 시대(Satoshi-era)로 불리는 초기 지갑 두 개가 약 20,000 BTC, 약 21억 8,000만 달러(약 3조 298억 원)를 이동시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수년간 잠자고 있던 고래들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 없이 오히려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직 시장의 매도 압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희귀한 온체인 활동은 시장의 과열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으로도 해석된다.
흥미로운 건, 이번 상승세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입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바이낸스($BNB) 남아시아 지역 총괄 책임자인 쿠샬 마누파티(Kushal Manupati)는 “이번 랠리는 개별 투자자 중심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신뢰와 유입이 중심이 되고 있다”며 “가상자산 포트폴리오 내 비트코인의 입지가 제도권으로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샌티먼트(Santiment)도 유사한 관측을 내놨다. 이번 상승 전 수일간 개인 투자자들이 조급함과 회의감 속에서 시장을 이탈한 것이 확인됐으며, 이는 과거 주요 상승장 직전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대중심리가 냉각되고 시장에서 떠나는 시점에서 주요 고래 및 기관이 매집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정점을 경신한 지금, 시장의 초점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네트워크 주소 수 증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는 시장에 다시 개인 유입이 활성화되고, ‘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촉진되기 시작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이번 랠리가 단기 과열에 그칠지, 아니면 또 다른 장기 상승장의 서막이 될지는 개인투자자의 귀환 여부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