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암호화폐 전면 금지 기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화폐,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을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 규제 당국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금융에서 미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인 시도로 해석된다.
최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방 정부 관계자 약 70명을 초청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관한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상하이 규제기관 수장 허칭(He Qing)이 디지털 기술과 통화에 대한 심화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상하이가 새로운 정책 실험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궈타이하이퉁 증권의 정책 전문가가 참석해,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글로벌 규제 흐름, 그리고 리스크와 기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의 암호화폐에 대한 금지 태도에서 분명한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중국 내 대표적인 기술 대기업인 징둥닷컴(JD.com)과 앤트그룹(Ant Group) 역시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두 기업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홍콩의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정에 맞춰, 해당 지역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미 달러에 연동된 암호화폐의 세계적 확산에 대응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와 디지털 결제 경쟁력 확보를 노리는 행보다.
관련 시장 지표도 중국 내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는 최근 3개월간 약 88% 상승했으며, 홍콩에서는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디지털 자산 중심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 판공성(Pan Gongsheng)은 지난달, 디지털 통화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금융시장에 심각한 규제 도전과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며,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또한 최근 베이징 인터넷 금융협회는 일부 사기 조직들이 스테이블코인 투자 열풍을 빌미로 고수익을 미끼로 한 불법 다단계와 자금세탁 등을 벌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규제가 미비한 틈을 타 발생할 수 있는 범죄 우려를 부각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BTC)은 이날 기준 11만 8,000달러(약 1억 6,402만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15만~20만 달러(약 2억 850만 원~약 2억 7,800만 원) 도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는 위안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필요성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동인이다.
중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전환 움직임은 단순한 금융 실험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패권 통화 경쟁이라는 더 큰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과연 위안화가 미국 달러 중심의 디지털 경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