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사상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암호화폐들의 거래소 유입량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전반에서 이익 실현을 위한 매도 압력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어, 현재의 상승장이 과도한 과열 국면은 아니라는 평가다.
시장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최근 BTC를 포함한 주요 디지털 자산의 거래소 유입량이 급감했다. 비트코인의 일일 거래소 유입량은 최근 1만 8,000BTC로, 이는 지난 2015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BTC가 10만 달러에 근접했을 당시에는 8만 1,000BTC가 거래소로 이동하며 강한 매도세가 나타났었다.
고래 투자자들의 움직임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당시 기준 6만 2,000BTC를 거래소에 보냈던 고래 계정들은 현재 7,000BTC 수준만 이동시키고 있다. 이는 소규모 투자자들과 함께 전체적인 매도 여력이 제한적임을 의미하며, 시장의 수급 상황이 아직까지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데 힘을 실어준다.
이더리움(ETH)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크립토퀀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일 거래소 유입량은 58만 4,000ETH로, 2024년 10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특히 2025년 2월에는 157만 ETH가 거래소로 흘러들었던 바 있는데, 최근 수치는 그에 비해 약 63% 감소한 셈이다. 이는 이더리움이 4월 초 이후 87% 가까이 급등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XRP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바이낸스에 유입된 XRP 물량은 2024년 11월 100억 개에서 최근 400만 개로 대폭 줄었다. 당시에는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 출시 기대감과 XRP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낙관론 등이 시장을 달군 만큼 유입이 활발했다. 가격도 0.5달러에서 2.6달러로 400% 넘게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집중됐지만, 현재는 오히려 대형 보유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다. 월별 기준 고래 유입량은 11억 개에서 1억 6,900만 개로 85% 급감했다.
크립토퀀트는 이 같은 저조한 유입량이 XRP뿐 아니라 알트코인 시장 전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급등 이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자산을 거래소로 이동시키지만, 이번 상승장에선 그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알트코인 전체의 일일 유입량은 2024년 3월과 12월 약 12만 건 수준에서 최근 21,000건으로 축소됐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단기적인 하방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추가 상승 여지를 남긴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거래소 유입의 감소는 전통적으로 '매도 대기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현재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