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소식이 토요일에 전해졌을 당시 CME·NYMEX·ICE 등 주요 원자재 거래소는 모두 휴장 상태였다.
그러나 탈중앙화 플랫폼의 원유·금·은 무기한 선물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실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은 온체인 시장에서 먼저 이뤄졌고, 전통 거래소는 개장 후 이를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기 이오페(Theо CIO)는 “24시간 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필요가 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당시 토큰화된 금과 원유 시장만이 실시간 안전자산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리스크가 주말이나 휴장 시간에 발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항상 열려 있는(always-on)’ 시장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큰화 실물자산(RWA), 금융 인프라 재편 신호
토큰화 실물자산(RWA)은 금·부동산·원유·국채·주식 등 전통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 토큰으로 발행한 것을 의미한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026년 연례 서한에서 “토큰화는 금융 시스템의 배관을 교체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블랙록은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BUIDL 펀드를 출시해 약 30억달러 규모로 키웠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토큰화 금융을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재구성”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즉각 결제(atomic settlement)가 도입되면 은행과 규제당국이 활용하던 시간적 완충 장치가 사라져 위기 시 유동성 경색이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같은 ‘공적 신뢰 앵커(public anchor)’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기한 선물, 만기 없는 24시간 거래
월가가 주목하는 또 다른 축은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이다.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일이 없어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펀딩비(funding rate) 구조를 통해 가격을 현물에 근접하게 유지한다.
현재 글로벌 무기한 선물 시장의 일일 명목 거래 규모는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규제 정비가 진전될 경우 기관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스위스 디지털자산은행 시그넘(Sygnum)의 파비안 도리 CIO는 “기관 참여는 규제·수탁·유동성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속도는 무기이자 위험
다만 24시간 토큰화 시장에는 구조적 위험도 따른다. 전통 금융의 T+1, T+2 결제 구조는 시장조성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지만, 원자적 결제는 이를 ‘제로’로 줄인다.
거래 순간 자산과 현금이 동시에 준비돼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 수요가 순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무기한 선물의 결제는 대부분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고 있다. IMF는 이를 또 다른 리스크로 지목하며, 공공 디지털 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가격 데이터 인프라도 과제로 남는다. 24시간 유동성을 제공하려면 지연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오라클(oracle)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경계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위기를 계기로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월가의 멀티전략 펀드와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이미 토큰화 자산과 무기한 선물 구조를 적극 검토 중이다. 지정학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하는 시대에 ‘거래소 운영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궁극적인 승자는 속도만을 앞세우는 플랫폼이 아니라, 규제와 거버넌스를 동시에 충족하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위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단순한 지정학 사건을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 재편을 촉발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