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가격이 당장 크게 뛰지는 않았지만, 온체인과 기관 자금 흐름에서는 ‘더 깊은 전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거래소 순유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누적 매수, 고래(대형 보유자) 움직임이 겹치며 시장이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체인 데이터 업체 샌티멘트에 따르면 XRP 레저에서는 24시간 기준 3494만 XRP가 거래소에서 빠져나가며 올해 6번째로 큰 ‘거래소 출금’이 기록됐다. 통상 코인이 거래소 밖으로 이동하면 단기 매도 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 과거에는 이런 대규모 순유출 이후 강세 흐름이 뒤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이낸스 흐름의 94.4%가 고래…‘재배치’ 신호에 무게
이번 이동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금 이동이라기보다 고래가 주도한 흐름에 가깝다. 최근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XRP 출금 중 94.4%가 대형 보유자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의 ‘큰손’이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고래의 바이낸스 ‘재유입’도 다시 늘었다. 4월 23~24일 고래의 바이낸스 전송은 약 3000건 수준으로 반등했는데, 그 직전에는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급감했었다. 한 방향의 명확한 ‘분배(매도)’라기보다, 매수·매도 대기 물량을 포함해 포지션을 재배치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 현물 XRP ETF 보유액 10.8억달러…4월에만 7500만달러 유입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시선이 쏠린 사이, XRP의 기관 수요는 조용히 강해지는 모습이다. 소소밸류 집계에 따르면 미국 현물 XRP ETF의 보유액은 10억8000만달러로, 전체 공급량의 1.23%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유입액만 보면 389만달러가 추가로 들어왔고, 프랭클린템플턴의 XRP ETF(XRPZ)가 유입을 주도했다. 더 중요한 것은 월간 흐름이다. 4월 들어 XRP ETF로 7500만달러 이상이 들어왔으며, 4월 9일 이후 의미 있는 유출은 사실상 없고 66만1000달러 수준의 소폭 감소만 관측됐다. 시장 한 관측자는 “모두가 BTC와 ETH를 보고 있을 때 XRP ETF가 4월에만 7500만달러를 끌어모으는 ‘괴리’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은 1.43달러 박스권…1.40달러 지지냐 1.50달러 돌파냐
기초 체력 지표가 강해지는 가운데 가격은 아직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XRP는 최근 저항선을 시험한 뒤 1.43달러 부근으로 되돌림이 나왔지만, 핵심 지지선으로 꼽히는 1.40달러 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1달러=1477.50원)을 적용하면 1.43달러는 약 2112원 수준이다.
1.40달러 위에서 횡보가 이어지면 1.50~1.51달러 구간 재도전이 열려 있고, 모멘텀이 붙을 경우 1.54달러와 1.60달러가 다음 목표로 거론된다. 반대로 1.38달러가 이탈되면 1.35달러, 더 아래로는 1.30달러까지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ETF 자금 유입과 고래 이동이 시사하는 방향성이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관건으로, 당분간은 지지·저항 구간에서의 수급 변화가 변곡점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