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의 원유 수출이 8월 하루 50만203배럴로 전년 대비 32% 줄면서 미국 걸프 연안 정유사의 중질유 조달 부담이 커졌다. 멕시코가 원유를 해외 판매보다 국내 정제에 더 투입한 영향이다.
로이터(Reuters)는 페멕스의 8월 원유 수출이 하루 50만203배럴로 전년보다 32% 감소했다고 전했다. 6월 수출은 하루 45만8103배럴로 전년 대비 39% 줄었고, 1990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제시됐다.
페멕스는 2026년 1분기 보고서에서 국가정제시스템의 원유 처리량이 하루 평균 114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생산도 하루 111만배럴로 21.9% 늘었다.
회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산업부문 변환 과정에서 원유 처리와 석유제품 생산이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출 감소는 단순한 월별 물량 변동을 넘어 멕시코의 내수 정제 확대 흐름과 맞물려 읽힌다.
이번 변화는 멕시코산 원유가 미국 전체 수입 원유의 최대 공급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원유 수입은 하루 평균 620만배럴이었고, 캐나다산 수입이 멕시코보다 훨씬 많았다.
다만 걸프 연안 정유사에는 멕시코산 원유의 의미가 다르다. 이 지역 정유설비는 오래전부터 중질·고유황 원유 처리에 맞춰 투자돼 왔고, 멕시코 마야 원유는 그 설비와 맞는 대표 유종으로 거래돼 왔다.
중질유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정제가 까다로운 원유다. 고유황 원유는 황 함량이 높아 탈황 설비와 처리 비용이 중요하며, 정유사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설비 적합성과 제품 수율을 함께 따진다.
미국 셰일 증산으로 늘어난 원유는 대체로 경질유 성격이 강하다. 원유 총량이 충분해 보여도 중질·고유황 원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설비에는 성상이 맞는 원료가 따로 필요하다.
S&P글로벌(S&P Global)은 2025년 5월 보고서에서 미국 걸프 연안 정유사가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물량 감소로 캐나다산 중질유를 더 찾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같은 보고서는 캐나다산 중질유가 대체재가 될 수 있지만 생산 확대와 운송 여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체 공급선으로는 캐나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브라질, 중동산 원유가 거론된다. 그러나 품질 차이, 운송비, 파이프라인 여력, 제재 조건이 맞아야 실제 조달로 이어질 수 있다.
로이터는 걸프 연안 정유사들이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물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중동·남미산 원유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정유사들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더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지만, 가격과 제재 조건이 전제다.
이해관계는 엇갈린다. 멕시코는 내수 정제 확대를 통해 석유제품 공급을 늘리려 하고, 미국 정유사는 기존 설비에 맞는 중질유를 더 넓은 공급망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문제는 휘발유나 디젤 가격보다 정제 마진과 원유 조달 경로의 변화로 읽힌다. 본지는 앞서 디젤 크랙이 원유보다 먼저 흔들린 흐름을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 불안 속에 정유사들이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보험, 도착 일정까지 따지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이라크 원유 할인에 따른 중국 정유사 조달 확대를 보도했다.
확인된 수치는 페멕스의 수출 감소와 정제 확대, 미국 걸프 연안의 대체 조달 흐름이다. 멕시코산 원유 감소가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